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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 退宇 正念] 멈춤의 시간, 지혜로 극복합시다.

뉴스/평창뉴스

by (Editor1) 2020. 4. 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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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 퇴우 정념 스님>

금강연의 얼음도 모두 풀리고, 전나무숲 포행 길에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봄기운은 새록새록 솟아나는데 세계적인 재난을 몰고 온 코로나19 때문에 마음껏 드러내놓고 봄을 즐기지 못하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매우 강해 서로 접촉을 삼가고 사회적 활동도 잠시 멈추어야 합니다. 코로나의 큰 기세를 꺽어 놓고 완전히 극복하는 흐름을 만들기 위해 불교계도 모든 법회와 행사를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모두는 고요해졌고, 산중 역시 고즈넉한 태고로 환원되는 듯합니다. 동정 動靜을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겠으나, 오대산을 비롯하여 모든 사찰은 정靜의 세계로 들어가 그동안 법회와 포교를 위한 다양한 신행 활동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던 것을 잠시 멈추고 점검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간들을 문수보살의 지혜를 빌려 잘 지내면, 곧 정靜의 시간을 통해 축적한 힘을 바탕으로 더 좋은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염 여부를 떠나 서로가 접촉을 줄이려면, 자기만의 일들을 찾아야 하는데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행동에 제한을 받고 생활하며 견디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불자들은 이런 어려운 시기를 잘 활용해, 자기 자신을 더 깊게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기도와 수행을 반드시 절에 찾아 법당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도와 명상, 참선 등 자기에게 알맞은 기도법을 찾아 각자의 공간에서 공부와 수행을 열심히 하면 지혜가 생겨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에 불자님들은 기도, 정근, 화두, 참선, 명상 등 기도 방법과 마음을 살피는 것까지 잘 알고 계시니,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신행 생활을 멈추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이 만들어 낸 좋은 기운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19는 모든 분이 조심해야 하지만, 특히 연세가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감염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신경을 써 주셔야 합니다. 정말 어려운 시기이지만 예방수칙에 따라 자신을 잘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며, 힘을 합쳐 대응하면 조만간 코로나19는 퇴치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서로를 불신하고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되면, 자칫 마음까지 경직되어 버립니다. 그러므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실천해야 하지만, 마음까지 닫아 두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타인을 위한 작은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 눈이 마주쳤을 때 보내는 작은 미소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마음 공부를 잘 하게 되면 활력이 생겨 면역력이 증대되고, 기도와 염불을 통해 가정을 지키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힘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분열된 모습과 어려운 상황들을 겪는 가운데 코로나19사태가 나타났기 때문에 국민들은 더 이상 분열하지 말고 마음을 모아 국난을 극복하고 여러 가지 국제적 상황이나 경제적인 문제들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극복해 가야만 하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잘 극복하면 분명히 새로운 희망이 도래할 것입니다. 

또 올해는 종단방침에 따라 4월30일 부처님오신날을 윤4월인 5월30일(윤 음력 4월8일)로 변경하여 봉행하게 되었습니다. 뒤로 미루어진 한 달 동안 코로나19 치유와 극복을 위해 전국의 일만 오천여 사찰에서 특별 기도를 봉행할 것입니다. 

오대산에서도 이미 기도를 시작한 적멸보궁을 비롯해 월정사와 모든 산내 암자에서 열심히 정진하고 있습니다. 여러 불자님도 집에서 함께 기도 입재하시고 정진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부처님의 위신력과 불자님들의 기도로 인해, 위기에 더 강한 대한민국의 위대성을 보인다면 빠른 시일에 코로나 사태도 종식될 것입니다. 

여러분! 
신록이 눈부신 5월에 환환 얼굴로 서로 만나 부처님오신날을 기쁜 마음으로 찬탄하며 봉축합시다. 이렇게 우리는 역경을 또 다른 복됨으로 승화시켜 나가야만 하겠습니다. 

 

글: 오대산의 향기 202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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