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는
아들아
나무가 되어라
묵은 각질을 벗고
몸 가득 희망의 생명수를 펌프질하며
세상을 향해 힘차게 가지를 뻗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라
천륜의인연으로 너와 내가 묶인 이래
내 진즉 너에게 깊이 뿌리내릴 대지가 되지 못하였구나.
아들아
태양빛이 눈부시다.
꽃들의 이야기가 저마다 향기롭구나
새들의 노래 정겹고 벌 나비 날갯짓도 싱그럽다
물은 언제나 낮게 흐르며 행복을 깨닫는데
일찍이 너를 향해 흘러내린 관심이 균형을 잃어
지금 가슴이 생살을 저미는 듯 아프다
아들아 오월에는 싹을 키워라
어미의 가슴팍에 깊이 뿌리내리고
튼실한 나무가 되어라. 훗날,
삶이 고단한 생명들이 너의 그늘에서 편히 휴식할 수 있는
속이 넉넉하고 뿌리가 깊은 나무가 되어라.
▶ 글 : 권혜진
· 문예사조 신인상
· 제8회 강원문학 작가상
· 시집『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 現 평창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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