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 기고] 과거의 정치세력을 넘어, 새로운 진보정치가 필요하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헌법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내란에 실제 가담했거나 이를 도운 사실이 사법절차를 통해 확인된 정치인에게는 지위와 소속 정당을 떠나 엄중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훼손한 행위까지 정치적 이해관계라는 이유로 용인한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또다시 과거로 후퇴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잘못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그 다음을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진보정치가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히 기존 보수정치의 반대편에 서는 정치가 아니다. 국민의 삶을 실제로 한 단계 발전시키는 정치여야 한다.
국민이 정치에 바라는 것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조금씩 나아지고, 아이를 키우는 부담이 줄어들며, 아프거나 장애가 생겨도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고, 노후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개혁은 특정 세력의 기득권을 다른 세력의 기득권으로 교체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불공정한 특권과 구조를 고치고 그 결과가 보통 사람들의 삶의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새로운 진보정치에는 견제 역시 필요하다. 진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고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정부가 추진한다고 모든 정책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잘하는 것은 더 발전시키고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지적하면서 더 좋은 대안을 내놓는 정치세력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정치에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개의 큰 진영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정치, 노동자의 삶을 대변하는 정치, 장애인과 노인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정치, 청년과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정치, 농어촌과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 등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 안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정치가 아니라 앞으로 가자는 정치가 필요하다.
헌정질서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책임을 묻고, 그 이후의 대한민국은 더 넓은 복지와 공정한 경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기후위기 대응과 미래산업 육성 등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정치의 성적표는 정당의 이름이나 색깔이 아니라 “국민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과거의 대립을 반복하는 정치가 아니다. 민주주의라는 원칙 위에서 서로 다른 진보적 대안과 새로운 정치세력이 경쟁하고 견제하며, 국민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제시하는 정치다.
그것이 과거를 청산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대한민국을 앞으로 한 걸음 더 발전시키는 정치개혁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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