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봉리 [박영식 시인] 
두봉산이 슬쩍 엉덩이를 틀어 내어 준 발치
서낭나무 밑으로 일꾼 몇이 오르고
나는 칵 칵 목을 긁어대는 노인들 뒤를 따른다
두 해 전 수술 하고 치료까지 받았지만
오늘은 보내야 한다
일찍이 곧고 재바른 것들은 도회로 가고
굽고 휜 허리 홀로 마을 이야기 들어주며
함께 시나브로 늙어갔을 그는
죽음이란 게 이렇게 갑작스럽고 뜬금없다 
생각이나 했을까
낯선 바람맞으며 달빛 등에 지고
곁을 지켜줄 사람 없는 먼 길 목마를까
막걸리 한잔 따라주며
떠나는 이의 마음을 서툴게 짐작한다
졸음 무거운 일꾼 전기톱을 세우고 기지개를 켜자
나무는
안고 있던 그림자 길게 길 밖으로 내려놓는다

박영식 시인 
문학광장 시부문 등단 
문학광장 문인협회 정회원 
황금찬시맥회 정회원 
문학광장 카페운영부위원장 
공저 한국 문학 대표시선 10.11 
문학광장 시선163
수상 문학광장 제23회시제 경진대회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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