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법치 기준에서 본 한국 사법의 위기
“정치는 국민이 하고, 법은 중립이어야 한다.”
이는 세계 법치국가들이 공유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법의 움직임은 이 보편적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단 30여 일 앞둔 시점, 유력 후보에게 내려진 사법적 판단은 과연 중립적이라 할 수 있는가?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지금 한국의 사법은 심각한 위기 국면에 놓여 있다.
■ 국제 인권법은 ‘피선거권’을 핵심 정치적 자유로 본다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25조는 모든 시민이 합법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공직을 선출하고, 선출될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한다. 이 규약은 단순히 선거를 ‘실시하는 절차’를 넘어, 누구도 자의적으로 후보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즉, 선거에서 누가 출마할 수 있느냐는 정치권력이나 사법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오직 유권자만이 결정할 문제라는 뜻이다.
이 원칙은 세계인권선언(제21조), 유럽인권협약, 미주인권협약, 아프리카헌장 등에도 동일하게 담겨 있다. 국제사회는 이미 수많은 독재국가들이 ‘법’을 이용해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했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사법권의 중립성은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 한국의 ‘파기환송심 신속 진행’은 국제 법치 기준에 어긋난다
2025년 5월, 한국의 사법부는 유력 대통령 후보에게 전원합의체 유죄 취지 판결 → 하루 만에 고법 배당 → 2주 내 공판 일정 지정 → 인편송달 강행이라는 이례적인 속도전을 펼쳤다.
이는 세계 주요 법치국가에서 “공정한 절차(due process)”의 핵심 가치인 피고인의 방어권, 충분한 준비 기간, 재판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명백히 위협하는 사례로 간주될 수 있다.
특히 고법이 이미 대법원의 취지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기정사실화된 재판’을 6월 3일 대선 전에 맞춰 진행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사법부가 국민의 정치적 판단권을 가로채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전형적인 “법을 통한 정치 개입”, 즉 정치적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의 위험한 사례다.
■ 법의 이름으로 정치를 통제할 수 없다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주요 민주국가에서는 선거 기간 중 특정 후보에 대한 판결이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실제로 여러 나라에선 대선 직전 주요 후보에 대한 판결은 선거 이후로 미루거나, 공개재판 원칙을 강화해 절차의 정치적 신뢰도를 높인다.
그에 반해 지금 한국은, 법원이 사법적 판단을 통해 정치적 결과를 유도하려는 시도로 비춰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법 절차 문제가 아니라, 국민주권과 법치주의의 근본 충돌이다.
유권자는 심판자이지, 사법부의 결정에 박수만 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 국제사회는 지금의 한국 사법을 주목해야 한다
유엔 인권이사회, 국제사법위원회(ICJ), 국제앰네스티 등은 모두 선거와 재판이 충돌할 때 ‘정치권 참여의 자유’를 우선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만약 특정 후보가 피선거권을 상실한 채 선거에서 제외된다면, 이는 한국 헌정사뿐 아니라 아시아 민주주의에 치명적 선례를 남기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판에 휘둘리는 법’이 아니라, ‘법 위에 서지 않는 정치’다. 국민이 후보를 판단하고, 선거로 정치를 결정하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
그것이 진짜 선진국, 진짜 법치국가가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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