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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예술가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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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1) 2025. 5. 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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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 살아가는 나에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나는 예술인이다.
그리고 동시에, 늘 무언가를 갈망하는 인간이다. 내 안의 창작의 씨앗은 가만히 있을 때 싹트지 않았다. 물도 흐르지 않으면 썩듯, 예술도 고여있으면 죽는다. 내게 필요한 건, 많이 보고, 많이 걷고, 많이 듣고, 많이 느낄 수 있는 ‘움직이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우리나라 곳곳에 예술인 거점 공간이 생겼으면 한다.
도시든 시골이든, 그 지역의 삶과 공기가 느껴지는 곳에 누구든 잠시 머물며 창작할 수 있는 공간.
문학, 음악, 영화, 그림… 장르를 가리지 않고, 강사도 원하면 지역을 돌며 가르칠 수 있고, 배우는 이들도 창작자들도 지역을 돌며
서로를 마주하고, 듣고, 자극받고, 배울 수 있는 살아있는 창작 생태계.

나는 학창 시절, 상장 하나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아이였다. 그나마 받은 건 개근상이 전부였다. 그러다 어느 날, 편지를 써 두고 집을 나섰다.
“저도 이제 다 컸으니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돈은 없었다. 하지만 절에서는 재워주었고, 교회에서는 따뜻한 밥을 주었다. 송광사에서는 새벽 예불에 함께했고, 불일암에서는 스님께서 달을 가리키며 “이게 오늘의 선물”이라 말씀하셨다. 그 말, 그 달빛은 아직도 내 가슴 깊은 곳에 남아있다. 교회 목사님은 내게 말씀을 주셨고, 기도를 해주셨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은혜를 잊을 수가 없다.

돌아와 보니, 엄마는 날 혼내셨다. 하지만 그 뒤로는 바람 같은 나를 더는 말리지 않으셨다. 오히려 삶에 좌절하고 있을 때 여행 다녀오라고 손에 돈을 쥐어 주셨다. 길 위에서 힘을 얻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계셨다. 그때부터 내 삶은 늘 어디론가 떠나 있는 상태였다. 일하지 않는 주말이면 전남 해변이며, 남도의 골목을 떠돌았고, 락페스티벌이든, 홍대의 작은 공연장이든, 나는 문화를 먹고 살았다.

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던 것들, 길 위에서 배운 것들이 지금의 내가 예술을 하게 한 ‘힘’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누구나 머물 수 있는 거점 예술 공간’이 필요하다고. 큰돈 없이, 지역마다 있는 그 공간에 들어가 창작하고, 배우고, 머물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또 하나, 플랫폼이 필요하다.
누구나 만든 것을 자유롭게 올리고, 누군가 그걸 볼 때마다 조회수에 따라 저작권 수익이 쌓이는 시스템.

노래, 그림, 문학, 쇼츠 등 다양한 형태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자기만의 콘텐츠를 마음껏 올릴 수 있는 창구.

이 플랫폼은 단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배고픔을 넘기고, 실패 속에서 다시 시도할 수 있게 하는 기회의 땅이 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저작권 수익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은 그 과정 속에서 일정 수수료로 다시 신인 예술가들을 돕고, 그 예술가가 자립하게 되면 또다시 다음 세대에게 투자하는 순환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나도 그 플랫폼의 한 사람이 되고 싶다. 강사로, 가수로, 화가로, 작가로, 또 배우는 이로. 거점 공간에 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공연도 하고, 밤이면 별빛 아래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삶.
그게, 예술인으로 살아가는 내가 정말 꿈꾸는 세상이다.

이제는 결과만으로 평가하지 말자. 상 하나로 모든 것을 결정짓는 사회가 아니라, 경험이 자산이 되고, 실패가 가능성이 되며, 흐름 속에서 예술이 피어나는 구조를 만들자.

그것이
우리 모두를 예술가로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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