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시계는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더 빨라지지 않는다.
불리하다고
멈추지도 않는다.
언제나
같은 속도로,
묵묵히
흘러간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계를 믿는다.
믿음은
크게 말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작은 틀 안에서
한결같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볼 때 생긴다.
어떤 자리는
시계 같아야 한다.
속도를 조절하지 않고,
침묵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고,
늘 정직한 간격으로
책임을 지는 자리.
그 자리가
느려졌다가,
갑자기 빨라졌다가,
아무 말 없이 멈춰버리면
사람들은
길을 잃는다.
기준을 잃는다.
그리고
신뢰는 무너진다.
시계는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맞추기 어렵다.
시간은 계속 흐르지만
그 시계는
다시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자기만의 시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
세상 모든 이가
같이 살아가는
시간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
그게,
신뢰를 가진 시계가
세상에 주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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