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미륵
평창읍에서 남으로 1km 정도 영월행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길 옆 우측 산비탈에 미륵불이 서 있는 것이 보이며 그 주위에 1m 정도의 돌담이 둘러쳐져 있다.
옛날, 여미륵이 마주 보는 강건너 종부리에 여러 대를 걸쳐 부유하게 살아 오던 황씨 일가가 있었다. 주인 황씨는 구두쇠로 유명하여 아무리 끈질긴 거지라 하더라도 이 황씨네 문 앞에서는 그냥 돌아가야만했었다. 어느 해 봄 백발의 노승 한 사람이 황씨 집을 찾아와 시주를 청하였다. 이에 황부자가 "원 별 미친 놈의 중을 다 보겠군, 내가 언제부터 덕으로 살았나?" 하며 한마디로 거절하자 노승은 황부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황부자님, 시주는 그만 두시고 소승이 지금 몹시 시장하오니 요기나 조금 시켜 주십시오. 이 세상에서 은혜를 갚지 못하면 저 세상에서라도 황부자님의 극락왕생을 빌겠으니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뭐라고, 시주나 요기나 공짜로 주는 것은 매 한가지야. 밥 한덩이는 뭐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줄 알아?" 하며 화가난 황부자가 뒤안으로 돌아가 두엄 한 삽을 떠가지고 나오며 "이 염치없는 중놈아, 이거나 받아 가거라." 하며 노승에게 불쑥 내밀었다.
노승은 자비와 애긍이 뒤섞인 안색으로 황부자를 한참 바라 보다가 짊어진 바랑을 벗어 들어 사의를 표하며 이를 받아 넣었다. 두엄 한 삽을 받아 넣은 노승은 황부자집 문 앞을 말없이 돌아 서서 떠났고 처음부터 이같은 광경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던 황부자의 며느리 이씨는 죄스러운 마음과 아울러 태연히 떠나는 노승의 뒤를 쫒아갔다. 노승이 이미 강을 건너가자 며느리는 급히 뒤따라가서 노승에게 쌀을 시주하며 시아버지의 죄를 용서해 줄 것을 간청하니 노승은 "부인 ! 괘념치 마시오. 본래 인간사란 모든 것이 헛된 것,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한 것이니 내 여기에 개념하겠습니까? 부인께서도 헛된 세상의 인연을 끊어 버리고 나를 따라 나설 생각은 없소?" 하자 부인은 노승의 자비로움에 감화되어 선뜻 응락하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스님의 뒤를 따르겠다고 대답하자 "갸륵하시오. 이것이 사바세계를 섭리하시는 부처님의 뜻이니 내 뒤를 바짝 따르시오. 그리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마시오." 하였다.
이씨부인이 노승의 뒤를 따라 얼마간을 걸었을 때 갑자기 등 뒤에서 뇌성이 진동하고 번개불이 번쩍거렸다. 깜짝 놀란 부인이 순간적으로 노승의 말을 잊고 뒤를 돌아보니 수대를 이어 영화를 누려 오던 황부자집은 간 곳이 없고 그 자리에서 시퍼런 물만이 출렁거리고 있기에 '앗!' 하고 놀라는 순간 부인은 그 자리에서 석불이 되고 말았다 한다. 그래서 이 석불은 당초에는 뒤를 돌아보는 상이었다는데 어떤 연유로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머리 부분이 파손되어 떨어져 나간 채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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