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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철저히 의심하라, 설마 하는 순간 당한다.

뉴스/평창뉴스

by _(Editor) 2021. 11. 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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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경위 이상호>

철저히 의심하라, 설마 하는 순간 당한다.

 

쌀쌀한 공기에 겨울이 다가옴을 실감하던 아침, 우리는 새벽부터 2시간 거리를 달려 도착한 한 호텔 앞에서 초조하게 행인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금융기관을 사칭하여 피해자의 집 앞까지 찾아와 수천만 원을 받아 간 여성 피의자를 쫓고 쫓았지만, 단서는 외국인 명의로 가입된 전화번호와 CCTV에 찍힌 피의자의 어렴풋한 모습뿐이고, 이미 사흘 전의 잠복이 실패로 끝났었기에 닮은 사람이 등장하기만을 노심초사하며 기다렸다.

두 시간이 지날 무렵 한 여성이 차 옆을 지나갔고, 피의자임을 확인하기 위해 건 전화에 응답하는 그녀를 돌려세운 순간,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너무 앳돼 보이던 그녀는 올해 만으로 15세인 중학교 2학년생에 불과하였고,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며 엉엉 울기 시작한 그녀를 어쩔 수 없이 체포하여 조사하고, 보호자와 학교 관계자들의 무관심 속에 주거지 인근 여성 청소년 쉼터로 인계하고 씁쓸하게 복귀하였다.

보이스피싱 범인에게 협조하는 일임을 몰랐다는 수거책들의 변명을 단 한 번도 곧이곧대로 믿어본 적이 없었지만, 중학생 소녀의 세상 물정 모름을 과연 범죄의 고의로 인정할 수 있을지 고민과 함께, 염색 머리와 검정 마스크로 신분을 가렸다고 하더라도 중학교 2학년밖에 되지 않은 소녀에게, 한 달가량 수많은 피해자들이 현금을 건넸다는 이 참담한 현실을 나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수차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이미 개인정보가 개인만의 것이 아닌 현실에, 여러 전화번호로 금융감독원, 수사기관, 은행, 카드사를 교대로 사칭하며 피해자를 교란하고,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프로그램까지 설치하는 보이스피싱 범인에게 속을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황망함을 결코 모르지 않으나, 계좌이체도 수표도 되지 않고 오로지 현금만을 요구하고, 오직 전화통화 또는 구두로만 신분을 확인하며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수백수천만 원을 건네면서, 과연 피해자들이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바로 그 단 한 번의 의심을 키워 여러 경로로 확인하고 관공서나 금융기관에 직접 문의하기까지 이른다면, 절대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경찰관들이 서로 공유하는 대면편취 수거책들의 CCTV 자료를 보면 실로 그 옷차림이 가지각색인데, 예전에는 보이스피싱 범인들이 대면수거책에게 정장을 입을 것을 요구하였으나 지금은 그렇지도 않아 보이고, 중년 남성의 등산복 차림, 젊은 세대들의 발랄하고 개성 넘치는 복장 그대로 피해자를 만났음에도, 피해자들은 철석같이 그들을 금융기관 관계자로 믿었음이 나는 너무도 안타깝다.

이유 없이 사람을 의심하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님은 분명하나, 돈과 관련되었다면 두 번 세 번 의심해야만 하고, 그 사소한 의심을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확인해야만 한다.

설마 하면 당하고 의심하면 피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보이스피싱 범죄는 예방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평창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경위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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