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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읽기가 안 된다? 그럼 ‘들려주자'

뉴스/평창뉴스

by _(Editor) 2021. 3. 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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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수영> 

요즈음 아빠찬스로 재난지원금을 받았다고, 뉴스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사회적위치(social position)에서 보면 다른 사람에 비해 좋은 환경 임에도 불구하고 재난 지원금을 신청했다는 논란서부터 특혜시비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제보자와 당사자 간에 설전이,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불거진 사실 확인서가 분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구체적인 피해내용 기술란에 단 네 줄을 작성하고도 최고액을 지원받아서, 수 페이지를 작성하고도 지원금을 못 받는 사례도 있다는 비판에 재단 측은 그저 참고사항일 뿐 선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해명이 더 기이할 뿐이다.

 

글의 표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목적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기록이라고 볼 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본인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글은 생명력이 없는 글이며, 서설(序說)이 없이 결과만 기술한 글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전년도 도서관에서 NIE(신문활용수업)수업을 진행하면서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쓰세요.’라는 물음에 대부분 학생들은 대체에너지 개발이라는 답을 썼다. 틀린 답은 아니다. 허나 서술형 평가에서는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알맹이가 없는 맹탕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읽기 부재에서 오는 결과다.

 

시험문제를 풀 때도 마찬가지다. ‘다음 지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라고 명시가 되어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객관식에 너무 젖어 있는데다가 읽는 게 습관화되어 있지 않아서 문제를 먼저 읽고 지문을 읽으니 문장전체의 내용을 파악하기보다 일부 단어에 꽂혀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답을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읽기는 어려서부터 습관이 되어 있어야 한다. 글을 깨우치지 않은 아이에게는 책을 읽어주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입학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전미 최고의 고교생으로 선정된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의 저자 이형진은 어머니가 준 최고의 선물로 독서습관을 꼽았다. 그의 어머니는 방안 곳곳에 책 바구니를 놓아두고 아이가 놀다가 책을 잡으면 득달같이 달려와 책을 읽어주고, 조용히 듣고 나면 맛있는 간식을 주며 재미있게 놀아주었다. 그는 그때부터 책은 곧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라는 공식이 몸에 배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방영된 EBS 다큐 학교란 무엇인가?’의 자문을 맡았던 데이비드 피어슨 버클리대 교수는 아이들에게 책을 큰 소리로 읽어주는 것은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갖고 언어나 어휘를 배울 기회를 준다. 특히 언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확장 시켜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말맛이 살아있는 이야기는 듣기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멋진 초대장인 동시에, 상상력을 길러주며 사고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준다.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이해가 넓을수록 듣기와 말하기의 폭이 넓어지며 읽기와 쓰기가 자란다. 우선 들려주기부터 시작하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않던가? 오랫동안 문이 닫혔던 도서관도 열렸다고 하니 함께 책을 보러 나서는 것도 좋은 봄맞이가 아닐까?

 

글: 칼럼니스트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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