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이 권영국 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양경규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정의당은 2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중앙당 회의실에서 제8·9기 대표단 이·취임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단병호·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세균 전 정의당 공동대표, 이백윤 노동당 대표, 이상현 녹색당 공동대표를 비롯해 정의당 당원과 노동·사회운동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단병호·한상균 전 위원장과 김세균 전 공동대표, 이백윤 대표, 이상현 공동대표 등의 축사에 이어 권영국 전 대표의 이임사와 양경규 신임 대표의 취임사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권 전 대표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양 신임 대표와 새 지도부의 출범을 축하했다.
이·취임식장에는 ‘새로운 진보정당! 승리하는 진보정치!’라는 구호가 내걸렸다. 양경규 신임 대표와 권영국 전 대표는 꽃다발을 들고 손을 맞잡았으며,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새로운 지도부의 출범을 응원했다.
권영국 전 대표는 이임사를 통해 원외정당이라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함께 새로운 길을 모색해 온 당원과 진보정당·시민사회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권 전 대표는 “홀로 막막한 벌판에서 누구와 어떻게 손을 잡아야 할지 고민하던 어려운 시점에서 함께 고민하고 돌파해 보려고 했던 노력들을 잊지 않겠다”며 사회대전환연대회의 소속 단체들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정의당이 어렵다는 사실보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 진보정치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우리에게는 더 힘들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진보정치의 연대·연합과 새로운 진보정치를 추구한 노력들이 아직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 지점도 있지만 여기에서 그칠 수는 없다”며 “양경규 대표가 막중한 소임을 다하는 데 큰 힘을 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권 전 대표는 “거리의 변호사로 돌아가지만 새로운 진보정치의 현장에서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만나겠다”며 진보정치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책임을 약속했다.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해 온 권 전 대표는 2024년 5월 취임한 뒤 정의당이 창당 이후 처음 맞은 원외정당의 위기 속에서 2년여 동안 당을 이끌었다.
양경규 신임 대표는 이날 ‘아직 우리의 날이 아닐지라도’라는 제목의 취임사를 통해 정의당의 재건과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양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위성정당이라는 기회주의적 정치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그는 “진보정치가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더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며 “수출과 주식시장 활황이 이야기되는 이면에서 고착화하는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위기, 차별과 혐오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말로 진보정치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며 “자리를 지키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위로 뻗어 올라가고, 비판을 넘어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정의당 대표로서 해내겠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권영국 전 대표와 8기 지도부에 대해서도 “국회라는 공간을 잃었지만 거리와 투쟁의 현장을 다시 찾고 노동당·녹색당,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여러 주체와 새로운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했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8기 지도부가 넘겨준 중요한 유산을 9기 지도부가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양 대표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제9기 지도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정의당을 지키는 데 머물지 않겠다. 정의당으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누구의 집을 허물고 누구의 집으로 들어갈 것인지부터 따지지 말고, 누구의 간판을 걸 것인가보다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부터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사회대전환연대회의 동지들과 함께 기존 정당들의 통합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진보정당을 고민하고 싶다”며 “그 과정을 그려가는 데 정의당이 내려놓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내려놓겠다”고 강조했다.
노동당과 녹색당, 노동·사회운동 세력, 보수 양당 정치에서 자신의 꿈을 발견하지 못하는 시민들을 향해서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 돈보다 생명을 앞세우는 사회, 성별·장애·성적 지향·출신에 따라 인간의 존엄이 달라지지 않는 새로운 진보정치의 집을 함께 짓자”고 호소했다.
또한 “새로운 진보정치를 진보 3당의 통합이라는 작은 틀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며 독자적 진보정치를 바라는 정치세력과 노동·사회운동, 새로운 세상을 원하는 시민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정치적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대표는 이재명 정부와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내란세력에 반대한다고 해서 민주당 정부의 모든 정책이 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정권은 바뀌었지만 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민주주의는 회복됐지만 가난한 사람의 권리는 얼마나 커졌는지 정부는 충분히 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당이 하려는 것은 민주당보다 조금 더 개혁적인 정치가 아니다”며 주거·의료·교육·돌봄을 시장에서 구매하는 상품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권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권력기관 간 권한 배분에 머물지 않고 아동학대와 성폭력, 스토킹, 장애인 학대 등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와 플랫폼 노동 확대, 기후위기와 산업전환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동자의 권리를 새롭게 정립하고 전환 비용이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진보정치의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시장의 권력을 줄이고 민주주의의 영역을 넓히겠다”며 국민의 삶이 개인의 구매력이 아닌 기본적 권리에 따라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양 대표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위성정당 방식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위성정당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세이렌의 노래’에 비유하며 “우리는 뒤집힐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배 위에서 스스로를 돛대에 묶고 안간힘을 쓰며 진보정치를 지켜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성정당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며 “진보정치를 새롭게 만드는 길을 당원과 시민들과 함께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양 대표는 지역정치 강화와 부문운동과의 연대 확대, 현장 중심의 정당 활동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청년·여성·기후운동·장애인운동·성소수자운동·새로운 노동운동·지역 풀뿌리운동과의 결합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직이 강화된 정의당, 중앙과 지역이 소통하는 정당, 현장과 끊임없이 함께 투쟁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새로운 진보정당 역시 당원들과 함께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험이 권력이 되면 낡은 정치가 되지만 경험이 다음 세대에게 건네지는 다리가 되면 역사가 된다”며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운동이 진보정치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그 다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또한 “2028년 총선에서 반드시 진보정치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원외정당을 넘어 국회에 다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양 대표는 취임사를 마치며 “지금은 아직 우리의 날이 아닐지 모르지만 진보정치의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을 넘어 국민의 삶을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모든 사람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정의당 당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해 찬성 3,409표를 얻어 94.7%의 찬성률로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는 전체 선거권자 9,378명 가운데 3,724명이 참여해 38.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반대는 191표, 무효는 124표로 집계됐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양 대표는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공공운수사회서비스연맹 위원장, 민주노동당 초대 부대표 등을 지냈으며 제21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부대표 후보자가 등록하지 않아 부대표가 선출되지 않았다. 정의당은 후보자 등록을 다시 공고해 부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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