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배 가영/해운 김옥자
헤라클레이토스의 강물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지만
내 기억의 강물에는 아직도
그 배, 떠다니네
꼭꼭 눌러 담아 두었던 소망
강물 위에 띄우던 날이 있었네
꿈도, 웃음도, 어린 마음의 바람도
종이배 위에 실려갔네
깃발이 되어 펄럭이는 햇살이
종이배 곁에서 노를 젖고
물새 울음은
어디론가 끝없이
멀리, 멀리 흘러갔네
띄워보내는 종이배—
오늘은 마음안의 물가에
그 투명한 눈빛과
세상보다 넓었던 강물이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서
작은 종이배로 흔들리고 있네
그 무구한 시간 사라진 것이 아닌
새로운 현재로 다시 뜨는 것
멀리 흘러가면서도 언제나 돌아오는
작은 영원의 형상으로
한 장의 흰 종이를 접어
강물 위에 띄우네
언젠가 젖어들고 스러지는
그 운명속을 헤쳐나가는 영혼의 조각으로
저ㅡ 멀리
빛이 부서지는 강 끝을 향해
얇고도 가벼운 종이의 삶이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를 향해
사라져갈 하루 하루의 영원속을 향해
오늘도 나는 하늘빛 한 장을 접어
강물 위에 놓네
빛나는 순간을 향해 나아가는
종이배를 위해

가영/해운 김옥자
문학광장 발행인
문학광장 대표
서울대 명예의전당에 등재
사단법인 한국노벨재단 수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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