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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달님, 별님 [황금찬문학상]

뉴스/동화연재

by _(Editor) 2025. 4. 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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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 달님, 별님

: 김동미

호랑이는 잠에서 깨어났어요.

아아, 입이 너무 아파... 왜 이렇게 아프지?”

앞발로 입을 만져보던 호랑이는 깜짝 놀랐어요. 앞니가 모두 빠져 있었거든요.

사실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려다 줄이 끊어져 땅에 !’ 하고 떨어졌어요. 그 충격으로 앞니가 몽땅 빠지고 만 거예요.

이제 아무도 나를 무서워하지 않겠지...”

이가 없으니 사람도 못 잡아먹잖아.”

호랑이는 무서움 대신 슬픔에 빠졌어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어요.

깜깜한 밤, 모두가 잠든 시간. 호랑이는 조용히 마을 아래로 내려가다, 산 밑 어둑한 동굴을 발견했어요.

저기다! 저기에 숨어야겠다.”

동굴 안으로 들어간 호랑이는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었어요. 입은 꽉 다문 채 말이에요.

그때였어요.

누군가 조심스럽게 걸어와 동굴에 들어섰어요. 마을에 사는 할머니였지요. 할머니는 보자기에서 떡을 꺼내 동굴 입구에 놓고, 동굴 안 불상 앞에 조용히 절을 올렸어요.

배가 고팠던 호랑이는 할머니가 떠난 뒤, 불상 앞 떡을 꿀꺽 삼켜버렸어요. 그런데 곧바로 배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이가 없어 씹지도 못하고 삼킨 떡이 배 속에 걸린 거예요.

아이고 배야! 아야야 배야~!”

바로 그때, 불상이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리 와서 내 앞에 누워 입을 벌리거라.”

깜짝 놀란 호랑이는 두리번거리다 불상에게 말했어요.

? 입을 벌리고 누우라고요?”

그래야 아프지 않게 도와줄 수 있느니라.”

호랑이는 조심스레 불상 앞에 누워 입을 쩍 벌렸어요.

아이고 입 아파요... 불상님, 얼마나 이렇게 있어야 하나요?”

그 순간, 아주머니들이 기도하러 동굴에 들어왔다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어요.

어머, 호랑이다!”

그런데 가만히 있어요. 죽은 거 아니래요?”

가까이 다가간 사람들은 호랑이의 입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이고야, 이가 다 빠졌네. 진짜 죽은 건가 봐요!”

그러면 잡아다가 구워 먹을까요?”

사람들은 호랑이를 마을로 끌고 가서 장작불을 피웠어요. 호랑이는 다리가 꽁꽁 묶인 채 속으로 생각했어요.

이러다 진짜 죽겠다...!’

장작불 연기가 코로 들어오자 호랑이는 큰 재채기를 했어요. 그 바람에 배 속 떡이 튀어나와 아주머니 얼굴에 !’ 하고 붙었지요.

사람들은 깔깔 웃다가, 호랑이가 살아 있는 걸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어요.

호랑이는 눈을 깜박이며 말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앞으로 절대 사람 잡아먹지 않고, 착하게 살게요!”

그리고 입을 크게 벌려 보여줬어요.

보세요, 이도 다 빠졌잖아요... 아이들을 잡아먹으려다 동아줄에서 떨어졌어요. 하지만 이제는 정말 다시는 사람을 해치지 않겠습니다.”

마을 어르신이 조용히 물었어요.

여러분, 어쩌면 좋겠소?”

사람들이 수군거렸어요.

이가 없더라도 힘은 남아 있잖아...”

그래도 이렇게까지 사과하는데...”

결국 마을 사람들은 투표를 했고, 한 표 차이로 호랑이는 살아났어요.

호랑이는 사람들 앞에 큰절을 올렸어요.

감사합니다! 이제는 착하게, 모두와 사이좋게 살겠습니다!”

그날 이후, 호랑이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았어요. 사람들은 호랑이를 입 큰 호랑이라 불렀어요.

어느 날, 순자 엄마가 재 너머 마을에 돌잔치를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어요.

재 너머 호랑이한테 잡혀간 거 아닐까?”

입 큰 호랑이는 한걸음에 달려갔어요.

거기엔 정말 커다란 호랑이가 순자 엄마에게 말하고 있었어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입 큰 호랑이는 조용히 다가가, 그 호랑이의 엉덩이를 !” 하고 걷어찼어요.

호랑이는 데굴데굴 재 아래로 굴러 떨어졌고, 입 큰 호랑이는 순자 엄마를 등에 태우고 마을로 돌아왔어요.

사람들은 입 큰 호랑이에게 음식을 가득 대접했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이제 재너머 갈 일 있으면 호랑이랑 같이 가자.”

호랑이가 말했어요.

제가 같이 갈게요. 하지만 저도 바쁠 때는 같이 못 갈 수 있으니,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숲에서 호랑이를 만나면 한번 해보세요.”

다음부터 숲에서 호랑이를 만나거든, 이 도꼬마리 열매를 떡 속에 넣어 잘 빚은 떡을 동의나물 잎사귀에 싸서 가지고 가세요.”

마을 이장님이 물었어요.

그래서 호랑이를 만나면 이 떡을 던져주면 돼?”

맞아요.”

사람들은 마을 근처에 있는 도꼬마리 열매를 따러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마을 이장님이 산너머 회의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마침 이날은 입 큰 호랑이도 춘자 아주머니 심부름으로 이웃 마을에 가서, 마을에 없었어요.

해는 지고, 날은 어둑어둑해졌어요.

하지만 이장님은 바빠서 떡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덜렁쟁이 이장님은 떡을 가지고 오는걸 깜빡했어요.

아이고야 덜렁덜렁 대가 또 떡을 가지고 오는걸 깜빡했네

그때, 마을에 사는 점식이가 순자 엄마네 집에 달려와 말했어요.

아줌마, 우리 아빠가 아직 안 왔어요! 산너머 마을에 갔는데...”

순자 엄마는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었어요.

정말? 이를어쩌지? 큰일났네 큰일났어

순자엄마는 한걸음에 점식이네 집으로 달려갔어요.

점식이 엄마, 뭔 일이래요? 점식이 아버지가 아직 안 왔다고요?”

말도 마요. 아침에 떡 좀 싸준다니까 바쁘다고 그냥 가버렸지 뭐예요.”

이거 큰일이네요. 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떡도 좀 준비하라고 해야겠어요.”

순자 엄마는 점식이와 함께 온 동네를 다니며 이 소식을 알렸어요.

점식이 아버지가 아직 재를 못 넘었대요! 떡도 준비 못 했다네요!”

아이쿠야, 큰일났구먼요. 호랑이가 또 점식이 아버지를 잡아먹는 거 아니래요?”

어서 떡을 해서 가봅시다. 우리가 이장님을 구해야지요!”

마을 사람들은 급히 떡을 싸서 재너머로 향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숲속에서는 점식이 아버지가 큰 호랑이를 만나 꼼짝도 못 하고 있었어요.

잡아먹히기 일보 직전이었지요.

그때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며 말했어요.

네 이놈! 떡 내놔라! 떡 안 주면 잡아먹을 테다!”

점식이 아버지는 잔뜩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다가 손에 힘이 풀린 채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어요.

, 살려 주세요...”

마을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다급히 소리쳤어요.

점식이 아버지! 이 떡 받아요!”

마을 사람들은 준비해 온 떡을 점식이 아버지 쪽으로 던져주었어요.

어서 동의나물 잎사귀에 싼 도꼬마리 떡을 호랑이한테 던져요!”

점식이 아버지는 덜덜 떨면서 떡을 움켜쥐고, 있는 힘껏 호랑이에게 떡을 던졌어

옛다, 호랑아! 이 맛있는 꿀떡 받아먹어라!”

오호 떡이다 떡 마침 너무 배가고팠는데 어디 한번 먹어볼까?”

마침 배가 고팠던 호랑이는 점식이 아버지가 던져준 떡을 덥석 받아먹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에 겨워 울먹였어요.“

이제 살았어요

점식이 아버지 이쪽이에요 이쪽으로 어서 와요

마을사람들이 점식이 아버지를 안전한 곳으로 올 수 있게 도와주었어요.

한참 떡을 먹던 호랑이는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소리쳤어요.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도꼬마리 가시가 잔뜩 박힌 떡과 독이 든 동의나물 잎사귀가 호랑이 뱃속에서 콕콕 찔러댔어요.

마을 사람들은 이때다 싶었어요.

모두 힘을 합쳐 호랑이를 산 아래로 밀어버렸어요.

호랑이는 데구르르 굴러서 산 아래로 떨어졌어요.

마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어요.

마을을 어슬렁 거리며 평화롭게 거닐던 호랑이는 순자아줌마네 집 닭장옆을 지나갔어요.

마침 배가 고프던 터라 닭장속의 닭들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어요.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아냐, 나 이제 사람들과의 믿음을 지켜야지.’

호랑이는 한순간의 배고픔을 참아내며, 오래된 믿음을 지키기로 했어요.

마침 집에 있던 순자엄마가 인기척을 듣고 문을 열고 나왔어요.

어머, 입큰 호랑이 아니냐 마침 잘왔다. 내가 가을에 산에가서 도토리좀 주워다가

맛있는 도토리 가루좀 만들어 놨거든. 오늘 도토리 묵좀 만들었더니 맛있네. 안그래도 내가 너 만나면 주려고 많이 남겨놨어. 나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배가 이렇게나 빵빵해졌지뭐야

정말 순자엄마의 배는 풍선처럼 빵빵해져있었어요.

입큰 호랑이는 순자엄마에게 닭을 잡아먹으려는 마음이 들킨 것처럼 부끄러웠어요.

고마워요 아줌마 잘먹을게요

입 큰 호랑이는 후루룩 먹고 얼릉 순자엄마 집을 나왔어요.

다음날이었어요. 하늘이 어둑어둑 해지더니 흰눈이 펑펑 내렸어요.

그날 밤, 순자 엄마가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굴렀어요. 어제 도토리묵을 너무 많이 먹고

탈이 난게 분명했어요. 하지만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의원님 집까지 갈 수가 없었어요.

마을 이장님은 순자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온동네를 다니며 이 소식을 알렸어요.

마을 사람들이 순자아줌마네 집에 모였어요.

점식이 아버지가 말했어요.

지금 그러면 약이 있는 집이 없나는 말이오?”

춘자아줌마가 말했어요.

맞아요.. 저 재너머까지 갈려면 눈이와서 .. 엄두도 못내는데..”

걱정이 많은 순자엄마는 배가 아프면서도 말했어요.

아니에요. 괜히 나갔다가 눈에 파뭍히면 다들 고생해요. 괜찮아질거에요.”

점식이 아저씨가 말했어요.

순자엄마, 빨리 나아야 하는데 뭐라도 먹어야 낫지요

마을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입 큰 호랑이가 말했어요.

제가 갈게요!”

마을 사람들과 이장님은 입 큰 호랑이를 말렸어요.

하지만.. 너도 위험해.. 눈이 지금 너무 많이 내려...”

입 큰 호랑이가 순자 엄마를 등에 태우고 재를 넘기 시작했어요. 눈은 끝도 없이 내렸고, 발은 푹푹 빠졌어요.

그래도 호랑이는 꿋꿋하게 걸었어요.

밤새 걸은 끝에 의원님 집 앞에 도착했어요. 호랑이는 마지막 힘을 다해 순자 엄마를 내려주었어요.

새벽이 되어, 기운을 차린 순자 엄마가 마당에 나왔어요. 눈 덮인 마당 한가운데, 입 큰 호랑이가 조용히 누워 있었어요.

입 큰 호랑아! 입 큰 호랑아!”

아무리 흔들어 깨워봐도, 호랑이는 일어나지 않았어요. 순자 엄마는 자기 외투로 호랑이의 커다란 발을 조심스레 덮으며 속삭였어요.

정말 고마웠어...네 마음을 잊지 않을게...”

하얀 눈발 속에서 작은 별 하나가 호랑이를 덮은 옷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어요.

순자엄마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어요.

 

"따뜻했어, 네 마음도."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를 마을로 데려가 정성껏 무덤을 만들고, 무덤가에 금으로 된 동아줄을 걸어주었어요.

그리고 모두 함께 동굴의 불상 앞에 모였어요.

부처님, 입 큰 호랑이는 사람을 해쳤던 죄를 뉘우치고, 착한 일을 많이 했어요. 하늘로 올라가 반짝이는 별이 되게 해 주세요.”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의 꿈에 입 큰 호랑이가 나타났어요.

여러분, 정말 고마웠어요. 이제 전 하늘로 가야 해요. 여러분과 함께한 날들은 제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답니다.”

그리고 이튿날 밤,

입 큰 호랑이는 별이 되어 밤하늘에 반짝반짝 떠올랐어요. 해님, 달님과 손을 꼭 잡고, 세상을 따스하게 비춰주었어요.

 

그날 이후,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축제를 열었어요.

 

별빛이 내려오는 밤, 사람들은 입 큰 호랑이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했어요.

 

사람들은 금 동아줄을 꼭 쥐고, 별이 된 호랑이를 떠올리며 조용히 소원을 빌었지요.

해님, 달님, 별님우리 소원 꼭 이루어지게 해 주세요.”

놀랍게도, 그날 이후 마을에는 좋은 일이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아픈 사람이 낫고, 잃어버린 물건이 돌아오고, 서로를 돕는 마음도 더욱 커졌답니다.

마을 사람들은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금 동아줄을 타고 내려오는 별빛 속에서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마음을 배워갔어요. 금 동아줄 너머로 퍼지는 별빛은, 지금까지도 마을을 조용히 안아주고 있어요.

 

입 큰 호랑이의 별빛은, 이따금 바람을 타고 마을로 내려와 아이들의 웃음 속에 조용히 섞여들었어요.

 

입 큰 호랑이네 마을에서는 밤마다 동굴에 불이 밝혀지고, 금 동아줄은 하늘의 별빛을 닮은 듯 조용히, 따뜻하게 반짝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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