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리지 않는 나무상자  
                                         김영숙 
내가 시집을 가고 난 이듬해 
아버지는 사고로 세상을 별거하셨다 
숨바꼭질 놀이를 할 때마다 숨었던 다락 
어떤 날,  몹시 화가 난 호통에 
숨어 울었던 다락에 나무상자가 있었다 
친정에 올 때마다 다락을 보면 
무서운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이 났다 
기둥 틈새에 숨어 사는 거미를 
눈물 가득한 눈으로 보았다 
읍내에 새 집으로 이사하고 
낡은 것들을 버리고 없앴는데 
엄마의 방에 화장대로 쓰이고 있었다 
나무상자는 할아버지께서 물려 주신 것으로 
근심과 슬픈 일이 생길 때마다 
나무상자를 닦고 또 닦으시며 
열리지 않는 상자 속을 들여다보시곤 
한숨을 길게 내쉬다가도 
얼른 닫곤 하셨다 
멍하니 바라보는 그 속에는 
미처 꺼낼 수 없는 아쉬움과 
그 한 곳을 바라보는 기쁨이 있었다 
나는 열쇠가 필요했다 
한사코 꺼내지 않는 비밀 
사정해도 주지 않는 열쇠 
은곳대를 물고 있는 잉어 자물통을
열어줄 올케 언니에게
봐 둔 목걸이를 사러 가자고 해야겠다
김영숙 시인
2018년 문학광장 등단
2021년 소년문학 신인상
문학광장 제주지부장
제주 문인협회 회원
제주 애월문학회 회원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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