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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숲과인문학] 숲해설가 김수헌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소나무와 사람'

뉴스/평창뉴스

by _(Editor) 2020. 9. 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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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 김수헌 선생님>

산에 오를 때마다 사람들은 왜 이 산에 왔을까 ? 막상 쫒아가서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항상 궁금하였다. 그렇다면 나는 왜 산에 왔는지부터 얘기하는것이 순서일듯싶다.

 

젊은 시절에는 친구들과 등산 약속이 있어서 등산을 갔었고 가끔씩은 전문산악인들과 어울려 국내외 유명 산을 등반하기도 하였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아무런 생각 없이 집 근처 인근 산의 둘레길로 산책 겸 산으로 간다.

 

그런데 숲해설 이라는 일을 하게 되면서 부터 그 목적이 조금씩 달라졌다. 등산이 목적이 아니고 나무와 풀과 곤충과 새 등을 탐구하려고 이산 저 산을 정신없이 헤집고 돌아 다녔다. 그리고 뭘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자 동아리 모임, 학술 모임, 때로는 혼자서 식물 이름 외우기에 급급하였다. 그런데 그 이름을 알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애써 공부하였던 것의 대부분이 기억에서 사라지고 만다. 뭔가 찡 ~ 하고 남는 여운이 없는 이유를 모르겠다. 산에서 만나는 수많은 종류의 식물들과 그 어떤 교감을 나눌 수는 없는 것인가 ?


식물도 인간과 서로 주고받는 정신감응 (텔레파시)이 작용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은데 그게 맞는지 어떤지 긴가 민가 하여 작년에 서울 구로구에 있는 개웅산 유아숲체험원에 근무하면서 수업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두 개의 양파를 가지고 하나에는 엄청 사랑하는 말을 해주고 나머지 양파에게는 온갖 욕설을 퍼붓는 실험을 하여 본 결과 3개월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나타난 결과는 놀라웠다.


칭찬만 받은 양파는 싱싱하게 싹을 내었고 욕을 얻어먹은 양파는 뿌리가 썩었고 싹도 아주 작고 시들시들하게 나왔던 놀라운 결과를 직접 경험하였기에 양파도 사람과 교감을 하는데 하물며 사람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나 더 오래 사는 소나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산에 오를때 마다 소나무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만큼 소나무를 사랑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작품: 장정근 작가 '소나무'>

우리나라에서 선정한 100대 민족문화 상징물 중에 식물로서는 소나무와 무궁화가 들어가 있다. 어쩌면 인간의 생로병사에 소나무가 연관되어 있는 것도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오묘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

 

집안에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 밖에 외부인 출입을 금하기 위하여 금줄을 치는데 꼭 소나무 가지를 함께 달았고 그 아이가 자라서는 소나무로 지은 집에 살며 송홧가루로 다식도 만들고 송편을 빚어 먹고 보릿고개에는 끼니를 이어준 구황식물로의 역할도 해주며 평생을 우리와 더불어 살았다. 

 

사람이 살다 죽을때는 또 어떤가? 소나무로 만든 관에 들어가 영면하고 죽은 후에는 후손들이 조상의 묘역을 만들어 주변에 소나무를 심는다.  그러한 것을 보면 확실히 소나무는 다른 나무와는 다르게 우리의 삶과 우리 민족과 불가불의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품: 장정근 작가 '고개마루 소나무'>

소나무를 숲해설가의 눈으로 바라보면 더욱더 흥미로운 측면이 많다. 우선 손자 아들 할아버지 3대가 함께 모여서 살고 있으며 그 열매인 솔방울도 한 나무에서 3대를 모두 볼 수 있는 유일한 나무이다. 또, 소나무는 고정 성장을 하므로 일 년에 한 마디씩만 자라기 때문에 나무를 베어서 나이테를 세어 보지 않고서도 마디 수만 세어보면 소나무의 나이를 가늠할 수가 있다.

 

또 하나 다른 나무와 다른 점은 영양분이 없는 토박한 땅이나 산비탈 바위틈에서도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어서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 정신과 일맥 상통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작품: 장정근 작가 '소나무 분재'>

두개로 묶여져 있는 솔잎을 자세히 보면 솔잎 표면이 평평한 일자로 반듯하지 않고 조금씩 각도를 주어 비틀어져 있는데 이것은 겹쳐져 있는 뒤쪽의 잎들에게 햇빛이 골고루 나누어 들어갈 수 있도록 자리를 조금씩 비켜 주는 상생과 배려의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설한다.


또한 눈이 많이 오는 추운 지역에 살고 있는 소나무는 눈이 솔잎에 많이 쌓이면 가지가 부러지므로 잎을 비틀어서 눈이 어느 정도 쌓이면 밑으로 흘러내리도록 한 지혜를 우리가 배우자고 설명하곤 한다.

 

<작품: 장정근 작가 '영월 녹전 소나무'>

소나무의 이름도 여러 가지로 불린다. 육송 적송 금강송 춘양목 해송 흑송 곰솔 반송 백송 다복솔 뱅크스소나무 리기다소나무 등등 또한 소나무에 얽힌 얘기로는 정이품 소나무 세금 내는 소나무 등 정사 야사 야화가 수없이 많은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우리가 얼마나 소나무를 사랑하며 살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집 근처에 있는 관악산을 갈 때 아주 못생기고 힘들게 살아가는 소나무 한 그루를 내 나무로 정하고 산에 갈때 마다 그 나무를 껴안고 둘만의 대화를 나눈다.

 

<작품: 장정근 작가 '소나무'>

내가 9년 전 직장암 치료를 받을 때 그 소나무의 모습이 어쩜 그 당시의 내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나와 친구를 맺게 되었다. 그 후로 산에 갈 때 내려올 때 꼭 수 송(내 이름의 수 자와 소나무의 송 자를 따서 수 송이라고 지어 줌)이를 만나보고 온다.

 

어제도 수 송이를 만나서 지금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 전염병에 대하여 무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코로나19라는 작디작은 바이러스에 맥없이 무너지는 인간의 나약함에 관한 얘기,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싹쓸이 승리한 좌파 정권이 뭐가 부족하여 공수처에 목을 매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얘기,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목숨 걸고 싸우는 것들이 인간들 만이 행하는 부질없는 짓 아니냐는 얘기, 박원순 시장 은 뭐가 부족하여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버린 과유불급이 불러온 안타까운 얘기 등 이런저런 얘기를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나누곤 한다.

 

<숲해설가 김수헌 선생님>

엣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얘기처럼 대나무밭에 들어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크게 외쳤던 모자 만든 장인처럼 나도 하고 싶은 얘기를 몽땅 다 할 수 있어서 내일도 그 못생긴 소나무를 만나러 산으로 갈 것이다.

 

▶ 글 : 김수헌

 · 2020년 제14회 전국숲해설경연대회 3위 입상 

 · 2020년 국전우드버닝부문 은상 수상 

 · 2019년 한국사이버원예대학 생태공예과목 강의

 · 2019년 개웅산유아숲체험원 우수지도사 구로구청장 표창 

 · 2018년 국립수목원 우리산림 바로알기 탐험경진대회 우수상

 · 2018년 서울시 생태공예공모전 작품 선정 및 시청 전시 

 · 17,18년서울시 공원 숲해설 만족도 조사 2년 연속 1위

 · 2015년 숲해설가 성적우수상 및 개근상

 ·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 노동문화제 미술부문 노동부장관상, 인천시장상 

 · 국토통일백일장 최우수 국무총리상

 · (주) 에이스건설, 에이스종합관리 대표이사 

 · 서울대대학원 

 

 

▶ 그림: 장정근 

 ·  강원대학교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

 ·  태백미술작가회전(98~2007)

 ·  강원아트페어전(2010)

 ·  소통과 확산전(2010)

 ·  미협전(2010~)

 ·  개인전 2회(1989, 2005), 단체전 50여회

 · 강원교원미술연구발표전 추천작가

 ·  現 평창군 용전중학교 미술교사

 

<장정근 작가>

*위 글의 소나무 작품은 평창군에서 작업활동을 하고 있는 장정근 작가님이 협찬해 주셨습니다.* 

 

장정근 작가는 횡성문화예술회관, 횡성 군청갤러리, 춘천갤러리 에이치, 태백시 문화예술회관, 춘천시립문화회원에서 네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고, 현재 평창 용전중학교 미술 교사로 재직하며 한국미술협회 회원, 평창미술인 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계속하여 작품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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