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고 봄은 남에서 북으로 올라온다.
내가 살고 있는 강원도의 봄은 성근 담 텃밭을 지나 잔설 남아 있는
계곡 모퉁이를 돌아 밭갈이하는 황소걸음으로 조금은 더디게 온다.
그래도 봄은 봄이다.
춘삼월도 절반을 지나 4월이 눈앞에 와있다.
오늘은 직원들과 서고 정리를 하고 잠시 나왔다가
시멘트 콘크리트 갈라진 틈새로 방긋 얼굴
을 내민 봄을 보았다.
아직도 산중에는 떠나가다 잠시 멈춘 잔설이 남아 있지만
봄의 노래는 승리자의 노래처럼
곳곳에서 잠든 영혼을 일깨우고 있다.
잔설 사이를 헤집고 흐르는 물줄기에도
바람에 한들거리는 버들개지의 속삭임에도
봄바람의 간지럼에 까르르 햇살 같은
웃음 터트리는 노란 꽃다지,
청보라 색 수줍은 제비꽃 여린 꽃술에도 봄의 노래가 걸려있다.
저지난밤 조심조심 내려온 봄비 소리에 하얀 백목련 가지마다 꽃움돋는다.
이래서 봄 마중은 신나는 일이다.
침체된 영혼을 싱그러운 노래로 깨워주는 계절,
적절하게 절제된 자유 속에서의 환희, 그리고 희망.
난 오늘 싱그러운 봄의 노래를 마음껏 소유했다.
우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지만
저토록 희망찬 봄의 기운이 기지개를 켜고 힘차게 일어서는데
어찌 감히 물러서지 않겠는가!
▶ 글 : 권혜진
· 문예사조 신인상
· 제8회 강원문학 작가상
· 시집『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 現 평창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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