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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뉴스] 사람은 모이는데, 머물 곳은 없는 마을|원당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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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_(Editor) 2025. 12. 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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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이는데, 머물 곳은 없다

귀촌인은 늘지만 경로당 없는 원당리의 현실

강원 평창군 원당리는 귀촌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마을이다. 백덕산 아래 자리한 이 마을은 맑은 계곡과 공기 좋은 자연환경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름철이면 원당리 계곡을 찾는 관광객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마을 분위기도 화목하다. 노인회장과 부녀회장을 모두 귀촌인이 맡고 있을 만큼, 외지에서 온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현지 주민과 귀촌인이 구분 없이 어울리고 인사를 나누며 마을 일을 함께하는 모습은, 귀촌을 망설이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원당리에는 한 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경로당도, 노인정도, 정식 마을회관도 없다는 점이다.

현재 마을에서 공동 공간으로 사용 중인 시설은 가건물로 분류돼 있다. 이로 인해 경로당에 지급되는 운영비나 냉·난방비, 노인복지 프로그램 지원 등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전기요금 일부를 제외하면 행정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

 


노인회에 등록된 어르신은 10여 명 남짓이지만,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여름과 겨울에는 모임 자체가 어렵다. 결국 어르신들은 시내 식당이나 외부 공간을 이용해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부지 확보 문제도 걸림돌이다. 마을 내 토지 대부분이 개인 소유이거나 행정 소유로 돼 있어, 경로당 신축을 위한 부지 마련이 쉽지 않다. 행정에서는 부지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마을 여건상 주민들만의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생활 불편도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이면 계곡 주변에 무분별한 주차와 텐트 설치, 쓰레기 투기 문제가 발생하지만, 계곡 정비나 관리에 대한 행정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중장비를 동원해야 하는 정비 작업을 마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당리는 과거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전초기지였던 곳이다. 나라의 내일을 위해 사람들이 뜻을 모았던 역사적 공간이다. 그리고 지금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을 찾아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있는 마을이 됐다.

 

주민들은 새로운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어울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즉 경로당 하나만 마련돼도 마을 공동체는 훨씬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로당이 생기면 노인복지뿐 아니라 귀촌인과 기존 주민이 함께 소통하는 거점이 될 수 있고, 관광 활성화 역시 생활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원당리 사례는 사람이 모여드는 마을이라도 행정·제도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기본적인 공동체 기능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마을에 필요한 것은 특별한 지원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 하나다.

 

https://youtu.be/wXdXxWo-O5c?si=zwtgOoBb0CWc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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