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의 제전(祭典)
-추석 우중 성묘-
信火 吳現月
태고의 침묵이 균열 나고
억겁의 회한이 빗물로 깨어 흐른다.
한 맺힌 눈물의 독주(獨奏)가 대지를 적시고,
먼 하늘은 검은 비단을 펼쳐
잊힌 이름들을 새기듯 비가 내린다.
끊임없이 추적거리는 울음의 세레나테
추석 연유가 온통 빗속에 머물고
추석의 향(香)은 젖은 흙 속에 머문다.
누구의 한숨이 이 비가 되었기에
어떤 사무쳐 풀지 못한 한이 남았기에
하늘은 이토록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가.
흐느낌을 멈추지 않는 원루(冤淚)는
무덤의 돌비를 적시며 속삭이는 옛 노래
살아 있는 자와 떠난 자의 숨결이
이 비 안에서 교차하듯 스민다.
화려한 음택(陰宅)은 아니지만
이름석자 와석(臥石)에 세월이 눕고
작은 돌덩이는 우주의 심장
평장석은 응축된 한 세월의 기도
방아깨비와 여치, 메뚜기들 벗이 되어
신성한 바람의 의복을 입은 내 부모
불멸의 영혼을 푸른 수치로 말하며
잔디의 정원은 세월의 찬송가를 읇는다.
자신 언니의 비를 어루만지며
함께 했던 긴 세월의 기억을 주워 담는
막내 이모의 손끝에서 이는
그 떨림조차 슬픔의 빗줄기와 같다.
솜씨 좋던 아버지의 전능함과
까칠하던 어머니의 손맛은 다 어디로 갔나.
자연의 연마 속에 깎이고 닳아
이제는 돌과 비와 바람의 일부가 되어
잘함과 못함, 성냄과 미소를 초월해
자연의 품속에서 고요히 순화되었으리라
지루하게 내리는 이 눈물 같은 비는
사무치는 그리움의 제전(祭典),
단지 우리는 그 향연에 젖은 참배객
하늘에 검은 비단이 펼쳐지면
그 위에 내 부모의 이름이 번져간다.
시간의 경계는 사라지고
돌의 침묵과 빗소리가 뒤섞인다.
나는 두 손 모아 그 이름을 부르며
하늘과 땅의 문 사이로 귀를 기울인다.
그리움이 비가 되어 내리고,
비가 눈물이 되어 강으로 흐른다.
그 강이 맞닿아 평온에 이른 윤슬
당신들의 미소가 별빛처럼 반짝인다.

신화 오현월
만해 한용운 시 맥회 창립
초대 한용운 시 맥회 회장
초대 문학광장 회장
초대 황금찬 시 맥회 회장
제 1회 황금찬 문학상 특별상 현 문학광장 자문위원 시집 수상
달빛 청사 E-BOOK
1집 바람의 그물.
2집 바람의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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