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비에게
용원
허영거리며 걷는 도린곁 길에
빗방울 떨어져 튕겨 흩날린다
누런 풀잎들의 누대인 듯 보도 줄눈에서
도시의 비릿한 바닥을 핥으며
그지없는 지상의 삶
봉인된 흔적만을 남긴 풀꽃들을 본다
야속하고 무정해라
아, 그 계절, 뜨거웠던 그토록 긴 시간
목마름에 부르르 몸 떨며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기다림 속에서 말라 죽어 간 영혼들
어찌 분분함이 없으리오
때 늦게 검은 구름 끼리 서로 다투다가
슬픈 기후변화에 보답한 듯 여름 장마철처럼
하늘마음이 추적추적 가을비로 내린다
추수의 계절에 들녘을 휩쓰는 바람 차고
낙엽은 흠뻑 젖어 보도에 붙어 쌓이는데
허드렛물이 첨벙거리며 물길을 내나니, 묻노라
가을비는 허세를 부리는 방종의 산물이런가
옷깃 여민 우산 속 나를 삼킨 가을비
호젓한 들창가에 펼쳐지는 수묵의 농염처럼
그대의 소요逍遙는 내 마음 적시는 사랑의 숨표
여린 햇살이 달려와 내 젖은 어깨를 어루만지고

용원 시인
2019년 문학광장 신인문학상 시부문 수상
코로나19 공모전 동상
시제경진대회 장원상
한용운문학상(중견)특별작품상
정도전 문학상
문화뉴스 신춘문예 당선
대한민국독도문예대전 특선
2023울주이바구
[시.수필] 공모전 우수상
시집 <애오라지>
<성곽을 안개가 점령하다>,
<비에 젖지 않는 강>
<풀꽃의 속삭임>
공저 <한국문학대표시선 8,9,10>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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