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석문화제, 문학의 향토성으로 새 길을 찾아야
글: 이효석문학재단 자문위원 최호영
가을이면 봉평 들녘은 메밀꽃이 흰 눈처럼 피어나고, 효석문화제의 계절이 돌아온다. 그러나 요즘 지역에서는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들린다. 방문객이 줄고, 활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외부 환경 요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효석문학의 향토적 뿌리를 다시 살려야 할 때다.
첫째, 봉평면에 한정된 행정구역적 축제를 넘어 ‘범군민적 문학축제’로 발전해야 한다. 효석의 문학세계는 봉평을 넘어 평창 전역에 걸쳐 있다. 장평리 노루목고개의 《늪의 신비》, 속사리와 오대산, 대관령의 《개살구》와 《산협》, 대화장터와 방림면의 《영서의 기억》과 《나의 수업시대》까지, 효석의 향토성은 평창 전체를 품고 있다. 평창군 전체가 주체가 되어야만 문학축제가 지역의 축제가 된다.
둘째, 국민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더해, 교과서에 수록된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를 부제 콘셉트로 삼을 필요가 있다. 농촌의 서정과 도시적 세련미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오늘날 세컨하우스와 귀농귀촌의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메밀꽃의 낭만’과 ‘낙엽의 철학’을 함께 담아낸다면, 축제는 한층 깊고 넓은 정서를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문학의 체험화를 강화해야 한다. 마을마다 있었던 메밀 국수틀을 이용한 국수누르기, 메밀부치기 만들기, 낙엽을 태우며 감자와 알밤을 구워 먹는 체험 같은 프로그램은 문학과 일상이 만나는 장면이 될 수 있다. 불멍을 즐기며 프로메테우스를 떠올리고, 개암커피를 마시며 이효석의 모더니즘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다. 문학이 ‘읽는 것’에서 ‘사는 것’으로 확장될 때, 효석문화제는 새로운 세대에게 다시 태어난다.
효석문학의 향토성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킨다면, 효석문화제는 단순한 지역행사를 넘어 ‘한국 문학관광의 모범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봉평의 메밀꽃이 피는 계절, 그 향기 속에서 효석의 문학정신이 평창 전역으로 다시 번져가길 바란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