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걷다 보면, 곧게 뻗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 나무들은 마치 수도승처럼 군더더기 없는 몸매로, 하늘을 향해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듯하다.
그런데 그 사이, 한 그루 나무는 유난히 다르다. 줄기는 울퉁불퉁하고, 옆으로 벌린 가지의 흔적이 군데군데 상처처럼 남아 있다. 멀리서 보면 단정하지 못한 몸매 같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그 흔적마다 오랜 시도의 이야기가 묻어난다.
이 나무는 단순히 위로만 자라지 않았다. 빛을 더 얻기 위해, 옆으로 가지를 뻗어보려 끊임없이 애썼다. 그러나 숲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민 가지들은 금세 빛을 잃고 말라 떨어졌다. 남은 것은 가지가 있던 자리, 덮이고 봉합되며 울퉁불퉁하게 남은 흉터뿐이다.
나란히 선 옆의 나무는 매끈하다. 그는 일찍부터 옆을 향한 욕심을 버리고, 하늘만 바라보며 곧게 자랐다. 숲 속 대부분의 나무가 그와 같다.
그러나 이 한 그루는 끝내 옆으로도 손을 뻗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다른 나무들보다 못생겨 보일지 몰라도, 그 몸에는 수많은 도전의 기록이 새겨져 있다.
나는 그 울퉁불퉁한 몸매에서, 삶의 모양을 본다.
곧게만 자라는 것이 꼭 옳은 것일까? 때로는 실패하더라도, 상처를 남기더라도, 빛을 향해 팔을 벌려본 흔적이 더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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