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고 / 김선균
폭염에 등 굽은 빌딩 아래
아침부터 나팔꽃은 입을 오므리고
아직 짝을 찾지 못해 울부짖는 참매미
진땀이 나도록 애달프다.
하루 종일 바다를 머금고
파랗게 뱉어내는 섬
가슴 뜨거운 붉은 노을과
아픈 것 다 태우고서 피어나는
열꽃 닮은 외로운 이를 위하여
더디 가도 좋을 여름이다.
비행기가 하얀 여운을 긋고 가면
조금 더 높아질 것 같은 하늘 아래
잘 여문 벼 이삭 고개 숙이는
가을에 다다를 때까지
느린 걸음이어도
조금은 풍성하게
라르고* 하기를
라르고
*라르고
매우 느린 속도로 폭넓게 연주하라는 뜻(음악)
김선균 시인
문학광장
시 '나팔꽃' 외 3편으로 등단 황금찬시맥회 회장 활천문학상, 황금찬 문학상, 전국 행시 백일장 대상
건국100주년기념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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