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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이 익숙해진 사회, 회복을 향한 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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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1) 2025. 5. 1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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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이 익숙해진 사회, 회복을 향한 길을 열자
오늘날 한국 사회는 처벌에 지나치게 익숙해졌다. 말 한마디, SNS 댓글 하나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치부되며 고소로 이어진다. 사소한 오해와 감정의 불씨는 경찰서와 법원으로 번지고, 그 끝에는 상처, 불신, 관계의 단절만 남는다. 승소해도 마음의 앙금은 해소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고 있는가?
고소가 아닌 대화가 먼저여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풀고 관계를 회복할 기회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에는 ‘말할 공간’이 부족하다. 고소와 고발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증폭시키고, 당사자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특히 ‘체면’과 ‘감정’이 얽힌 한국의 갈등 문화는 사소한 다툼을 법적 싸움으로 키우곤 한다. 이제 처벌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회복 중심의 시스템을 고민할 때다.
‘공공갈등 중재센터’로 첫걸음을
이를 위해 ‘공공갈등 중재센터’ 설립을 제안한다. 이곳은 경찰서나 법원에 가기 전, 시민 누구나 무료로 방문해 갈등을 풀 수 있는 공간이다. 층간소음, 주차 문제, 이웃 간 시비, 청소년 다툼, 심지어 SNS 상의 명예훼손 논란까지, 전문 중재자가 대화를 주선하고 사과와 약속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필요하면 심리상담이나 법률 자문도 제공된다. 합의로 마무리되면 사건은 법적 절차 없이 종결된다.
예를 들어, 층간소음으로 다투던 두 이웃이 중재센터를 찾는다. 중재자는 양측의 이야기를 듣고, 사과와 소음 방지 약속을 이끌어낸다. 두 사람은 법정 대신 대화로 문제를 풀고, 이웃으로서 신뢰를 회복한다. SNS에서 시작된 명예훼손 갈등도 마찬가지다. 댓글 삭제와 공개 사과로 마무리된다면, 고소로 인한 시간과 감정 소모를 피할 수 있다. 이런 작은 성공이 쌓이면 지역사회의 결속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왜 필요한가?
‘공공갈등 중재센터’는 단순한 상담소가 아니다. 사람을 벌주는 대신 사람을 잇는 시스템이다. 기대되는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경찰과 법원의 부담이 줄어든다. 현재 사소한 고소·고발로 과부하 상태인 사법 시스템이 중대한 사건에 집중할 여력을 얻는다. 둘째, 사회적 관계가 회복된다. 고소로 끊어진 이웃과 공동체의 신뢰를 되찾고, 재갈등을 예방한다. 셋째, 고소 남용이 견제된다. 정치적 이익이나 언론 플레이를 위한 고소가 줄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가능성
이런 접근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싱가포르는 1998년부터 ‘커뮤니티 중재센터’를 운영하며 이웃 갈등과 가족 다툼을 법정 밖에서 해결한다. 중재 성공률은 70% 이상, 연간 수십억 원의 사법 비용을 절감한다. 핀란드는 ‘회복적 정의’ 철학을 바탕으로 청소년 분쟁 등을 대화로 풀며 공동체 신뢰를 강화한다. 미국, 호주, 말레이시아도 지역 기반 중재 시스템으로 갈등을 조기에 해결한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하나다. 갈등은 말로도 풀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뒷받침할 제도적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한국, 지금이 시작할 때다
한국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다음과 같은 실행 방안으로 첫걸음을 떼자. 첫째, 지자체 단위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 갈등 민원이 많은 지역이 우선순위다. 둘째, 접근성을 높인다. 24시간 핫라인과 온라인 예약 시스템으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셋째, 연계 시스템을 구축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주민센터, 학교, 노인복지관과 협력해 실질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넷째, 중재자의 전문성을 확보한다. 공정성과 신뢰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전 과제도 있다. 초기에는 시민 이용률이 낮을 수 있고, 중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홍보 캠페인, 성공 사례 공유, 지역사회와의 신뢰 구축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인식 변화다. “처벌보다 회복”을 선택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이 시스템은 뿌리내릴 수 있다.
당신의 목소리로 변화를
작은 다툼이 경찰서와 법정으로 이어지는 사회는 불신을 키우고 공동체를 약화시킨다. SNS와 유튜브에서 시작된 갈등이 고소로 치닫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공공갈등 중재센터’는 사람을 벌주는 구조에서 사람을 잇는 구조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에 중재센터 설립을 제안하고, “법정보다 먼저 대화”를 실천하자.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우리는 더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처벌이 익숙한 사회를 넘어, 회복이 가능한 사회를 함께 열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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