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의견, 정말 듣고 있는가
마을에서는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진다.
행정기관이 어떤 사업을 추진했는데, 정작 주민들은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언제 이런 게 결정된 거야?”
“우리는 들은 적도 없는데?”
뒤늦은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이것은 단순한 소통 부재가 아니다. 주민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단적인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은 늘 말한다.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도로를 확포장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지금, 진짜 필요한 사업이 도로 확장일까?
고령화 사회, 달라진 불편을 읽어야 한다
지금 지역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운전면허가 있어도 실제로는 운전하지 않는 어르신들이 많아지고,
정부 역시 이를 인지해,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30만 원 가량을 지원하는 정책까지 시행하고 있다.
운전할 사람이 줄어드는 마을에서, 넓은 도로를 만드는 대신, 끊어진 버스 노선을 대신할 마을버스, 부르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공동 택시, 병원이나 시장까지 연결하는 이동 지원 서비스가 절실하다.
운전할 사람이 줄어드는 사회에서,
수십년간 미집행 된 도로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것이 정말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일일까?
설사 주민의 의견을 들었다하더라도 소수 의견이 전체를 대변해서는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소수 일부 주민의 의견이 전체 주민의 뜻인 양 포장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생활환경, 세대, 직업에 따라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매우 다양하다.
물론 사회단체를 통해 일괄적으로 의견이 전달되기도 하지만, 지역사회는 소수 주민이나 특정 단체의 의견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지역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며,
그렇기 때문에 더 다양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고르게 반영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몇몇 주민이나 사회단체만 참여하는 회의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 보다 많은 주민들이 자신의 불편함과 필요를 자유롭게 알릴 수 있는 절차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소수 의견만을 반영한 사업이 추진된다면,
정작 진짜 필요한 다수 주민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결국 행정의 신뢰마저 잃게 될 것이다.
이제는 소수의 목소리에만 기대는 방식을 넘어, 더 폭넓게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정말 먼저 예산이 필요한 곳에 우선 투입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을 회의, 주민 총회, 소규모 투표 등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마을 행정을 주민 손으로, 퇴직 공무원과 함께
한편으로는 퇴직한 공무원들이 마을로 돌아와
‘생활형 행정가’ 역할을 맡게 하는 방법도 있다. 주민들의 불편을 가까이서 듣고, 필요한 예산과 행정 절차를 도와주는 전문 인력으로 활동하게 하면, 마을과 행정기관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소규모 마을일수록, 경험 많은 퇴직 공무원이 지역행정과 생활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주민 불편을 진짜로 해소하려면 이제는 변해야 한다.
형식적인 설명회가 아니라, 주민들의 진짜 목소리를 듣는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 수렴된 의견과 결정 과정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에 필요한 이동수단과 생활 기반을 확충하는데 행정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많은 신규 도로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주민의 일상을 지키는 길이다.
소수의 목소리가 아니라, 모든 주민의 삶에 닿는 길을 만드는 것이 행정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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