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도로로는 못 막는다 – 예산이 주민에게 닿아야 평창이 산다
평창군이 인구 4만 명 붕괴를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고 한다. 전입 지원금을 올리고, 기관별 전입 책임제를 도입하고, 주소 갖기 운동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행정도 움직이고, 기관장들도 서약서를 쓰며 ‘우리 지역을 살리자’는 마음을 모으는 모습은 보기 좋다.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정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인구감소의 핵심이 주소이전 문제인가? 전입지원금 몇만 원을 더 주면 사람이 늘어날까?
현실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머무는 곳은 ‘살기 좋은 곳’이고, 떠나는 곳은 ‘살기 불편한 곳’이다. 도로를 하나 더 건설한다고 사람이 오지는 않는다.
지금도 평창은 도로가 부족해서 떠나는 지역이 아니다. 이미 국도, 고속도로, 지방도 인프라는 전국 어디에 견줘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도 도로 예산은 늘고, 정작 정주 기반인 환경, 주거, 아이 돌봄, 의료, 문화 예산은 줄고 있다. 행복을 만드는 예산이 아닌, 눈에 보이는 사업만 반복되고 있다.
주민에게 꼭 필요한 예산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않으니, 결국 떠나는 것이다.
지금 평창에 필요한 것은 “주소 옮기기 운동”이 아니라, 예산이 지역 주민의 생활 만족도로 연결되는 구조다.
한 명의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보육과 교육이 연결되고, 한 명의 청년이 떠나지 않도록 일자리와 주거가 뒷받침되고,
한 명의 어르신이 병원으로 가기 전에 마을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 이 모든 것들이 예산에서 시작되고, 행정이 조율해야 할 진짜 과제다.
인구정책은 행사가 아니다. 캠페인도 아니다. 그건 오직 삶의 질로만 증명된다. 지금이라도 평창군이 진짜 총력전을 펼치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지금 편성된 예산이 진짜 사람을 살리는 데 쓰이고 있는지 되묻는 것이다. 지금도 주민센터보다 군청 회의실이 더 북적이고 있다면,
그건 숫자를 지키는 행정이지, 사람을 붙잡는 행정이 아니다. 인구는 ‘지켜야 할 숫자’가 아니라 ‘머물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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