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아래
송건호
씨앗 한 알, 작은 집에
전해오는 온기 그대로
들려오는 음성 그대로
거짓 없이 스케치북에 그렸다
수백 번의 온기를 받고도
수백 번의 음성을 듣고도
스케치북 속 그림은
어두운 껍질 속에 갇혀
하늘과 땅과 사람들과 짐승들과 꽃들을 만나지 못했다
나의 아픔을 당신이 가지고
당신의 아픔을 내가 가져서
서로의 허리를 한 둘레로 묶어주면
아픔이 흐를까
아픔이 흐를까
아픔이 한곳에 고이지 않고 흐를까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나의 아픔을 당신께 흘린다
당신의 아픔을 나의 스케치북에 그린다
▶송건호(宋建鎬) 시인
「문학광장」 시부분 등단
「크리스찬 문학」 시 부분 신인상(2018)
「활천 문학」 시 부분 문학상(2019년)
문학광장 문인협회 회원
황금찬 시맥회 회원
한국시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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