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보다 시급한 것은 정치개혁이다
– 의원내각제 논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의원내각제를 비롯한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책임 정치 구현을 위해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개헌이 아니라, 정치개혁이다.
한국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는 오래다. 국회는 정쟁에만 몰두하고, 정당은 계파 갈등과 당리당략에 휘둘리고 있다. 부패와 무능이 반복되며, 정치는 국민의 삶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논의한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제도 개선이라기보다 정치권 기득권을 유지하고 나누기 위한 시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의원내각제는 정당 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때 비로소 효율성을 발휘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금의 정당은 국민보다는 계파와 조직 이익에 충실하고, 공천은 여전히 불투명하며, 책임 있는 정치보다는 말 바꾸기와 회피가 일상화되어 있다.
이런 정당 시스템 속에서 의원내각제를 도입한다면, 그것은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보다는, 정치인들끼리 권력을 나눠 갖는 구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이미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고, 직접 주권을 행사하는 경험을 쌓아왔다. 내 한 표가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고, 대통령에게 성과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체험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 국민에게 “총리는 당신이 뽑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정치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국민은 외면한다.
정치는 국민의 신뢰 위에 서야 한다. 제도 개편은 그 신뢰가 회복된 후에야 논의될 수 있다.
다만 개헌 논의 중에서 국민 다수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제도도 있다. 바로 4년 중임제다.
유능한 대통령이 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을 갖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방향은, 국민의 주권감정과도 어긋나지 않으며 현실적인 개선안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제도가 아니다.
정치 그 자체를 바꾸는 일, 부패한 기득권 세력을 청산하고, 정당 운영을 민주적으로 만들며, 정치인의 태도와 철학을 바로잡는 것이 먼저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권력구조 개편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
국민은 권력을 나누기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개혁을 원하고 있다.
정치권이 그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어떤 개헌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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