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서리 / 김희남
차디찬 바람이 창문을 흔들고
밤새 얇게 드리운 서리는 땅에 눌어붙는다
발목을 적시는 서리 얼굴을 차갑게 스친다
골목 끝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
토해낸 숨은 뿌옇게 흐려가고 서릿발에 깊이 묻힌다
먼 산을 바라보며 대답 없는 하늘에 질문을 던진다
주머니 속에 두 손을 움켜쥐지만 온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서로 얼굴을 들여다보는 기약 없는 약속
누군가는 멀리서 햇살이 비친다고 하지만
얼어붙은 길 위에 남은 발자국
서리 속에 차갑게 굳어가고
오늘도 어제와 내일처럼 더딘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손끝이 시려오는 지금이라는 시간
서리는 조용히 내려와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다가오는 하루를 차갑게 그저 견딘다
김희남 시인
ㅇ 방송통신대 국어국문과 졸업
ㅇ 방송통신대학원 문예창작컨텐츠학과 졸업
ㅇ 문학광장 신인상
ㅇ 현) 한국수력원자력(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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