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문헌 이상영
바람이 세월을 가르마질 하고
겨울 찬바람에 두터운 옷을 껴 입고
봄 바람엔 얇은 옷을 걸치며
세월의 아쉬움을 바람으로 걸치고 살았다.
봄 햇살을 파고드는 절박한 눈발
강변과 들녘에 소복히 쌓이고
흔적을 뭉치고 둥굴리며 눈사람을 만든다.
아직 그 사람은 헐벗은 나뭇가지에 빈 장갑과
다 뜨지 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서 있다.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봄날
그 사람을 바라보며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고
몸이 먼저 알아서 업드리는 절박한 눈사람
햇살은 동토를 녹여 봄꽃이 피어 나도록
바람이 분다. 기억을 잃은 들녘에
무너진 담장 넘어 세상에 봄바람이 분다.
이상영 시인
호: 문헌(文軒)충남 금산(1966년)출생
광주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문학광장 시부분 등단
문학광장 수필부분 등단
문학광장 문인협회 회원
황금찬 시맥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금산지회 회원
서서울 가을 시화전 대상
시집: 길가에 풀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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