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누구의 것인가 — 권한을 넘어선 ‘인사 시기 조절’, 그 불편한 질문

헌법재판소는 누구의 것인가 — 권한을 넘어선 ‘인사 시기 조절’, 그 불편한 질문
헌법재판소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균형추다. 국회와 행정부, 사법부를 넘어서 오직 헌법의 이름으로만 판단하는 독립기관이다. 그런데 요즘, 그 소중한 헌법기관이 정치권의 입김과 계산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불편한 질문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까지 헌법재판관 일부 자리는 오랫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마은혁 후보는 끝내 임명되지 않았고, 중요한 판결은 미뤄졌다.
그리고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 그동안 멈춰있던 인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이뤄졌고, 후보자가 지명되었다.
이제 국민은 묻는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명은 특정 정치세력의 승패에 따라 조율되는 것인가?
헌법이 정한 절차와 균형은 왜 ‘타이밍’이라는 이름 아래 흔들리는가?
헌법 제111조는 명확하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은 대통령이, 3명은 국회가,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대통령이 이를 임명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법률적 형식만 갖춘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정신은 오직 하나, 국민을 위한 견제와 균형의 장치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느끼는 의심은 결코 가볍지 않다.
권력의 유불리에 따라 인사를 지연하고, 때로는 서두르며, 헌법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
이것이 헌정질서의 본령에 어긋나는 일은 아닐까.
우리는 지금 정치권 누구의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헌법이라는 그 무거운 이름이 권력의 계산 아래 가볍게 취급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헌법재판소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 자리는 국민의 것이며, 오직 헌법과 양심만을 따르는 자리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