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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 뇌세포는 춤추고

뉴스/문학의창

by _(Editor) 2022. 1. 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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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듯 서 있던 나무에서 새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나는 불현 듯 일어나 인제 문화원을 찾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문화원은 “청정과 모험의 고장” 이란 팻말을 달고 있었다. 도착해 보니 겉 모습은 여느 도시에서 본 건축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건물 건너편 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 천천히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방문 기록장에 온도측정, 간단한 거주지와 연락처를 기록장에 적었다. 문화교실의 난타, 다도, 한문, 합창단, 한국무용, 우크랠레, 노래교실, 라인댄스, 한글서예반등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 나는 한참을 들여다 본 후에 ‘합창단’에 체크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역 문화와 관련된 책자를 한아름 들고 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나를 각별하게 보살펴 주셨다. 새벗이란 책에 동시도 실렸고, 음악시간에 풍금 소리를 듣고 오선지에 그린 청음 실력에 선생님이 나를 번쩍 앉아주시던 기억! 그러나 음악은 평생 내 삶의 언저리에서 맴돌기만 하였다.

 

세계를 돌다보면 그곳의 특색 있는 음색에 언제나 발걸음을 멈추었고, 자연스럽게 CD에 손길이 닿았다. 장르 불문이었다.

 

침묵 다음으로 표현이 불가능한 것을 최대한 표현해 주는 것은 음악이라고 말한 사람은 영국작가 올더스 헉슬리이다. 지금도 집안에서는 늘 음악이 흐른다.

 

합창단의 첫 수업시간이다. 앞문으로 들어가서 제일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지역 주민들과 가깝게 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내 일생 여자지휘자를 한 공간에서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공교롭게도 단장이었다. 나에게 음악책을 캐비넷에서 꺼내 주었다. 목차를 들여다보니 익숙한 곡들로 구성 되었다. 오카리나로 음악한 경험에 비추어 다음 페이지의 악보를 짜깁기 해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책은 집에 가져가지 말고, 여기 두고 다녀라는 엄명이 내려졌다. 그 순간 어느 화장품 가게의 판촉사원이 떠올랐다. 책을 잊고 오거나 잃어버려 가져오지 못한 경험등으로 부정의 표출이 강했던 것 같다. 이해를 하겠다며 오늘만 잠시 가져갔다가 다음번에는 놓고 다니겠다는 빗겨가는 설득력으로 고비를 넘겼다. 드디어 첫 수업 시간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차렸다. 합창 소리와 함께 지휘자의 곡 해석에 따른 손 동작에 자연스럽게 집중이 되었다. 스폰치같이 나의 뇌세포가 몰랑몰랑 해졌다. 설악의 입구에 자리한 이곳의 소리는 골짜기로 메아리쳐 들어갔다. 알프스 산장 초입에 앉아 듣던 요들송의 전율 그대로였다.

 

도라지 꽃

산속에 핀 도~라지꽃,

하늘의 빛으로 물들어있네

옥색치마 여~민자락

기다림에 물들었네

물 들었네

 

음률과 가사의 의미를 담은 몸짓은, 유경환 작사, 박지훈 작곡자를 능가할 만한 해설이 이어졌고, 나를 한적한 산속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녀의 타고난 미성과 단원들의 길들여진 목소리는 나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나는 청중이 된 채, 첫 시간을 보냈다.

 

합창이란 다성多聲 악곡의 각 성부聲部를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부르는 가창 형태를 말한다. 그 다성의 하모니 세계로 빠져들고 있을 즈음, 722일 공연 곡이 선정된 옅은 그린컬러의 책12회 정기연주회 지휘 김00 인제군 합창단이 성큼 내 앞에 주어졌다. 목차에 모두 여덟곡이 수록되어 있었다. <만남>, <보리밭>, <오빠생각>, <세월이 가면>, <도라지 꽃>, <영원한 사랑>, <그리운 금강산>, <달빛이 내리는 강가>, 이미 체화된 곡들로 선정이 되어있기에 다행으로 생각하고 수업시간을 메꾸어 나아갔다. 나는 알토 파트 였다.

 

며칠 뒤 팜플렛용 사진 촬영하는 날이 되었다. 내 사이즈는 55인데 77사이즈 단복이 배당 되었다. 품은 옷핀으로 뒤에서 줄였지만 길이는 10센티 높이의 구두를 신어야 맞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히히~호호 학창시절로 돌아갔다. 빨간색 단복의 강렬함은 열정적인 단장을 무척 닮아있었다.

 

공연일이 다가 오면서 기존의 남성팀 세 명이 뒤늦게 합류했다. 그 중 한 분이 지휘자의 남편이었다. 햇볕에 그을린 그의 첫 인상은 가을하늘의 해바라기 꽃이었다.

 

책을 닫고 지휘자만 보라는 그 소리에도 가사와 음표의 지시에 눈길을 떼지 못하는 그 분의 당당함. 그런 시간들이 흘러 드디어 리허설날이 되었다. 초대한 성악가 부부는 지휘자의 딸과 사위였다. 따님은 현재 춘천시립합창 단원이다. 그녀의 독창 곡은 IIBacio /L.Arditi <입마춤>이다.

 

sulle sulle labbra sulle labbra

가능하다면 그대 입술에 입맞춤 하리

se po tessi dolce un bacio ti da re I dolce un

사랑의 감미로움을 그대에게 모두 바치리

 

힘찬 그녀의 미성은 달빛처럼 텅 빈 객석으로 쏟아져 내렸다. 물안개가 걷히면서 한 마리의 백조가 날개 짓을 시작하듯, 잔잔했던 물살은 점차 빨라지면서 마음에 강한 파동을 긋고 지나간다. 나의 뇌세포도 춤추고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춤을 추며 앞으로 나아갔다. 주위가 전혀 의식되지 않았다. 황홀!

 

글: 허순애

    수필가

    평창신문 고문

    에너지사이언스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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