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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을잇는사람들] 옛날 집을 예스러우면서도 정갈하게 보존하는 사람들

뉴스/평창뉴스

by _(Editor) 2020. 11. 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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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년된 한옥>

백성들이 가장 많이 살았다는 초가집은 우리나라 농촌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서민들의 집으로 지붕을 새, 갈대, 짚 등으로 엮어서 얹기 때문에 기와집처럼 세련된 모습은 아니지만 초가지붕의 둥글고 울퉁불퉁한 모습이 보는 사람을 편안하고 포근하게 해 준다.

 

집은 새, 갈대, 짚 등을 섞어 바른 진흙 벽으로 단순하고 소박하며 큰방, 작은방, 부엌과 헛간이 대부분 옆으로 나란히 한일()자 모양으로 붙어 있는 모습이다. 다락은 안방의 아래쪽 벽 위쪽에 설치된 것으로 꿀단지 같은 귀한 음식에서부터 여러 가지 살림살이에 필요한 물건들을 보관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것을 응용한 것이 붙박이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한옥의 처마와 기둥, 난간 등은 모두 부드러운 곡선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연물의 무늬를 이용하여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노력했다.

 

<윤봉태, 최선희 부부>

평창군 평창읍 지동리에는 1820년대에 지어진 초가집의 형태를 유지하고 보수해 맥을 잇는 윤봉태, 최선희부부가 살고 있다. 옛 초가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옛집. 귀하게 느껴졌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궁이가 있던 부엌 자리를 현대식으로 바꾸고, 난방을 기름보일러로 바꾼 것뿐.

 

윤봉태 씨: 다른 사람들은 다 집을 새로 지으라고 했는데 저는 여기가 좋았고 이 집이 좋았어요. 어떻게 보면 옛것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옛것과 옛날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지요.

 

부부는 옛 초가집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큰 노력을 했다. 높은 문지방을 낮추는 대신 문은 그대로 사용하며 모자란 부분은 덧대는 방식을 사용했다. 문지방을 낮추면서 나온 쑥대발은 다시 살려 벽걸이로 만들었다. 기존의 벽은 새와 흙으로 개어 덧발랐다. 집 앞 툇마루 아래 디딤돌은 마을에서 주워 온 돌을 쌓아 만들었다. “집 댄()에 담이 하나 있어요. 용도는 초가를 교체할 때 밟고 올라가던 거였는데 그대로 보존했어요,” 그렇게 옛집을 유지하겠다 마음먹은지 10년 만에 옛집이 추억을 간직한 채 다시 태어났다.

 

한옥 주변의 건물도 모두 부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마당 앞 소가 살던 곳, 집 옆 소가 살던 곳을 수리해서 농기구 창고와 오픈부엌으로 만들었다. “소 우사도 (주위에서)헐라고 했는데 제가 저 앞이 보이게 가운데를 넥산 재질을 이용해서 투명하게 만들었어요. 집 안 창가나 툇마루에 앉아서 보면 큰 길까지 보여요. 건물을 헐지 않고 저 바깥을 보이게 만들었어요. 밖에서는 불빛 정도만 보여요. 생각이 달라도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 아이디어가 생겨요. 그렇다고 전적으로 수용해서 다 부쉈다면 후회했을 것 같아요.”

 

윤봉태 씨: 집을 수리하는 과정에 방문했던 분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옛날 집을 살리려는 것도 흥미롭지만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집을 수리하는 것이 더 인상적이라고 하더군요. 여러 형제들과 가족들이 모여 의논하고 힘을 모아서 같이 일을 했지요. 전문적으로 건축을 하시는 형과 문을 짜는 실력을 갖춘 매형이 전문적인 일을 하셨고, 저희들은 벽을 바르고 처마를 만드는 일 등을 했지요. 일을 하며 옛날 생각도 떠올리며 힘들지만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이웃에서 카페를 운영하시는 두 분의 조언과 안목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윤봉태 씨: 보통 이층집을 생각하는데 저는 이층집이 재미없는 거예요. 집은 좋아 보이지만 뭔가 얘기가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사진찍기를 좋아하는데 사진에 관한 얘기를 한마디로 한다면 사진은 이야기다라는 표현이 제가 들은 말 중에 제일 와 닿더라고요.

 

꽃 사진을 찍어 놓고 꽃이 예쁘다. 구도가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이걸 보고 옛 생각이 난다던가, 하는 얘기 말이죠. 요즘 집들은 그런 얘기가 안된다는 거에요. 흔한 이층집을 찍어놓고 보면 증명사진 같다는 거에요. 옛집은 그 자체가 이야기가 되는 거죠. 그런 얘기를 가지고 옛집을 만들면 좋겠지요.

 

윤봉태씨: 집을 옛날 형태를 살리면서 수리한 후의 소감은 어머니의 말씀으로 대신할게요. 집수리가 다 끝나고 처음으로 가족들이 이 집에 모였을 때 어머니께서는 “꿈만 같다” 고 하셨어요. 이 말씀이 두고두고 생각이 나요.

 

어머니도 여기 집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힘들었던 일들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을 것 같아요. 나무 때느라 연기 나고, 물 길어다 먹고 도랑에서 빨래하던 일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생각이 나는데 완전히 딴 세상이 되었으니 꿈만 같다고 하셨겠지요. 그래서 저도 가슴이 뭉클했어요.

 

부부의 집에는 참 많은 사람이 다녀간다고 한다. 저는 ‘삶사람’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사람이 삶이고 삶이 곧 사람이다.” 집의 완성은 사람입니다. 아무리 좋은 집도 사람이 없으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집은 사람이 있어야 채워지는 거죠. 저희 집을 방문해서 묵었던 분들이 다음날 하는 얘기는 대부분 너무 잘 잤다.” 는 거에요.

 

“잘 잤다”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터가 좋다는 얘기도 많이 하세요. 좋은 건 해가 일찍 들고 늦게 져요. 골바람은 집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동쪽으로 지나가요.

 

부부는 집앞의 정원과 텃밭도 가꾸고 있다. 저희 부부가 평창의 선미화 작가에게 그림그리기 강좌를 들었어요. 그림을 배우면서 집의 야생화와 작물들을 참 많이 그렸죠. 야생화, 허브, 산나물, 일반 텃밭 식물을 키워요. 돌을 쌓아서 허브동산을 만들어 허브를 키우고, 주변에는 야생화를 심었고 붓꽃 길도 만들었어요. 캣잎이라는 허브는 이른 봄부터 연중 피어요. 집 서쪽으로는 자작나무길도 만들었어요. 남편 윤봉태씨는 평창 미화작가에게 그림을 배운 솜씨로 멋진 정원과 텃밭 설계도까지 그렸다.

 

최선희씨: 복수초도 사다 심었는데 이른봄이 되면 복을 주려고 꽃이 잘 피어요. 두메부추가 돋아나고 미나리, 참나물, 와사비도 자라지요. 와사비는 잎도 와사비 맛이 나고 잘 번져요. 민들레, 카모마일, 레몬밤도 있고 캣잎은 이웃 고양이가 참 좋아해서 자주 와요. 아스파라거스, 백리향, 밤나무, 원추리, 길가에 붓꽃, 화살나무도 있고 오미자, 고사리, 산마늘 등 산나물을 다양하게 심었어요.

 

“공간이 달라지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운명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지요.

 

옛집을 살린 후 부부의 삶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집을 변화시킨 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요. 여러 곳을 여행하며 영감을 얻는 요리사와 나무로 달항아리를 만드는 작가를 비롯하여 지인들과 친구 등 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그들이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줘요. 그런 시간들이 참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최선희씨: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나무가 좋아졌어요. 나무를 이용해 그릇을 만들고, 테이블을 만들고 그냥 나무를 키우기도 하고 삶이 자연적으로 변하고 있어요.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할 때 느끼지 못하던 거죠. 나무로 된 그릇을 쓰다가 부러지거나 못 쓰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삶, 농약을 치지 않고 비닐을 씌우지 않고 농사를 짓는 삶, 토종씨드림 회원이 되어 토종 씨를 받아서 직파로 농사를 짓는 삶 등 지금도 저희 부부를 계속 변화시켜 주고 있어요.

 

옛집을 살린 공간이 저희 부부의 삶을 더 많이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글: 김동미

메일:forestto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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