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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혜진 시인] - 일상을 그리는 도화지13 - '살아가는 동안에'(부부의 날에 부쳐)

문학의향기

by 편집부1 2020. 5. 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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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 동행.

 

남녀가 결혼이라는 미명아래 하나로 묶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도 기쁜 일도 함께 나누며, 부족한 면은 서로 채워주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가겠다는 약속이다.

 

물론 살다가 이 길이 아니다 싶어 각자 자신의 길을 걷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까지 서로 의지하며 처음 맺은 약속을 잘 지켜가는 부부도 있고, 더러는 약속을 저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별이 되어 떠나는 사람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헤어짐이란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아픈 일이다.

오래 전 어느 날 한 여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여인은 당시 10여 년 전 사별을 하고 혼자 살아간다고 했는데 처음만난 나에게 마음을 열었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가슴이 저리고 아팠다.

자식 둘과 가슴에 가득 정만 남겨놓고 어느 날 예고도 없이 훌쩍 하늘나라에 별이 되어 떠나버린 남편과의 이야기였다.

당시 여인은, 남편을 보낸 그 슬픔이야 이루 표현 할 길 없었지만 10여 년이 되어 가는 지금에 와서도 제일 힘든 것은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는데, 그 눈빛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차라리 다른 사람을 만나 떠났다면 언젠가 우연이라도 한 번쯤은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라도 가지고 살아가련만 살아생전에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고 그럴 때 가장 힘이 든다고….

재혼을 생각지는 않느냐고 물었더니“남편에 반 정도의 사람만 만나도 생각을 해 볼 텐데.”라며 웃는다.

 

물론 더 나은 사람도 많겠지만 누가 남의 자식을 정말 친자식처럼 사랑해줄 수 있겠느냐며 웃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음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살아서 돌아 올 수 있다면 설령 부모를 죽인 원수라 하더라도 용서 할 것 같다고 하며, 살아있을 때 서로 많이 아껴주고 사랑하라는 이야기를 남긴다.

 

아마 지금껏 함께 살아있었더라면 싸움도 했을 테고, 헤어짐이라는 단어도 머릿속에 몇 번은 떠올렸을 테지만 그래도 그토록 아파한다는 것은 진실 된 사랑을 가슴으로 나누었기 때문이리라.

 

그 날 난 퇴근 후 남편에게 조용히 말했다.

"당신 날 두고 혼자 먼저 떠나면 절대로 용서 못해요.

저승까지 쫓아가서 그냥 두지 않을 거야."

그러자 남편은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을 홀로 남겨두고 먼저 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이냐고 한다.

 

난 부모의 손길이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아이들 예쁘게 길러놓고 둘이서 의지하며 조금이라도 살다가 함께 떠나자고...

그러기 전에는 당신에겐 죽을 권리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당신 건강이나 잘 챙기라 한다.

 

생각해보면 헤어져야 할 이유도 싸워야 할 이유도 없는데 그저 이 세상에 태어나 잠시 머무는 동안 소중한 연을 맺어 서로 살을 섞고, 이름을 섞어 자식을 남기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나의 반쪽이라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더 잘 해 줄 수 없음이 안타깝고, 애처롭기만 한데….

 

오래 전 몹시도 허탈한 꿈을 꾸고 곁에서 잠든 남편의 숨소리를 확인했던 날이 떠오른다.

이젠 아이들도 다 자라 가정을 꾸렸고 예쁜 2세까지 태어났지만 남편은 더 측은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부부는 미운정 고운정이 들고 나이가 들면 서로 사랑보다는 측은지심으로 산다고들 하는가보다.

 

그것이 측은지심이든, 사랑이든, 미운정이든, 고운 정이든 건강하게 오순도순 살다 어느날 여행가듯 함께 간다면 좋겠다.

살아가는 동안 좀 더 아름답게 살아야지.

 

 ▶ · 글 : 권혜진
   ·  문예사조 신인상
   ·  제8회 강원문학 작가상
   ·  시집『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  現 평창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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