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평창사람] 평창아빠와 아들들의 슬기로운 방학생활

피플

by 편집부1 2020. 3. 20. 08:01

본문

12월 29일 13시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방학이 시작됐다.'

# 방학 첫날, 이제부터 무얼 하지?

 

야야야야야 아들!

일어나봐 눈 왔다~! 빨리빨리~~~~“

방학이라 기숙사에서 나온 큰아들(세찬, 2),

덩달아서 늦잠 자는 둘째 아들(시원, 6),

녀석들과 긴 겨울방학을 어떻게 지낼까 봐 고민 중이다.

방학 첫날부터 녀석들은 밤늦게까지

휴대폰 게임을 하고 닌텐0 스위0를 사달라 하며

점심이 지나서 일어나고 있다.

마침 나는 일하던 직장에서 계약만료로 3월까지 휴직상태이다.

 

#눈 내린 마을 산책

 

생후 5개월 된 반려견 윈디와 함께 눈길을 산책했다.

내 차에는 늘 돗자리가 실려 있고

나는 숲이나 풀밭에 가면 돗자리 깔고 눞기를 즐겨한다.

아들들은 아빠를 심하게 닮았다.

어디서나 눕는다.

 

1월 7일 늦잠 자는 아이들을 깨워 도서관을 가다.

 

# 한 달 동안 아빠와 함께 다닌 봉평도서관

 

도서관에 놀러 가자~

빨리빨리~~ 도서관에 가서 핸드폰 해라, 빨리빨리~~

우쭈쭈 이쁜이들 토닥토닥 이뿌지 쪼 옥 얼른 일어나봐

아이고 이뻐라 빨리 일어나봐 그렇지 토닥토닥

스마트폰을 챙겨서 봉평도서관에 갔다.

큰아들의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서 반가워한다.(마법 천자문)

아들도 책을 본다

둘째도 따라서 본다.

쉬는 시간에 잠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빠삭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사줬다.

또 도서관을 갔다.

모든 사람이 책을 본다.

아들들도 책을 본다.

1월 30일 방학의 중반이 지났다.

앞으로 남은 방학 한 달은 무얼 할까?

 

#찜질방엔 역시 구운 계란이지~

 

아들들은 찜질방을 좋아한다.

구운 계란과 식혜 그리고, 게임을 실컷 할 수 있어서...

몇일동안 도서관에 다니면서 책을 읽어준 녀석들에게

선물로 찜질방을 쐈다.

코로나로 찜질방은 한산하다. 사람들도 멀찍멀찍..

덕분에 불가마 찜질에 목욕까지,

아이들도 때 빼고 광내고 이뻐졌다.

목욕 시켜 놓으니 내 새끼들 같으네

 

# 황병산 사냥민속놀이 썰매 설피체험

 

대관령에 눈이 50cm쯤 내렸다.

황병산 사냥 민속놀이 체험관에 썰매와 설피 체험을 하러 갔다.

슬기로운 조상들은 눈밭을 다닐 때

눈이 발목에 들어가지 않도록 다래 넝쿨로 설피를 만들었고,

산에서 내려오기 편하도록 고로쇠나무로 썰매(전통스키?)를 만들어 사용했다.

3이 되는 큰아들은 잠옷 바지 차림이네.

 

# 강릉 빙상 경기장에서 아빠의 첫 스케이트

 

스케이트를 처음 타봤다.

새로운 것에는 늘 망설이는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자꾸 넘어진다. 30번쯤.. 넘어지면 벌떡 일어나서 또 달렸다.

젊은 친구들이 쳐다보고, 나를 피하고... 챙피해도 계속 달렸다.

손목에 멍들고 허리 아파서 환장하겠다.

 

# 대관령 하늘목장에 펼쳐진 동해 풍경

 

지인 찬스로 대관령 하늘목장에 갔다.

대관령을 아니 평창을 대표하는 그림이 펼쳐진다.

서부영화에 나오는 마차를 타고 정상에 올라가면

강릉과 동해 바다가 멋지게 펼쳐져 보인다.

양 먹이 주기 체험도 있고 눈썰매가 공짜다.

방금 만든 것 같이 걸쭉하고 신선한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다.

그런데, 너무 춥다.

다음에는 따실 때 가는 거로.

 

# 고구마 맛탕 만들기와 3d펜 

 

처가에서 농사지어 보내주신 고구마가 창고에서 죽어가고 있다.

야야야야 아들들, 고구마 맛탕 좋아하지? 일어나봐 빨리빨리 우쭈주~~ 토닥토닥

고구마를 씻고 까고 자르고

밀가루를 입히고 튀기고

설탕을 녹이고 입히고

고구마 맛탕이 맛있게 완성되었다. 

 

큰아들은 종이를 붙여서 3d 작품을 만들어본단다.

역시 생각대로 안 되는지 3d 펜을 사달라고 한다.

3d 펜이 게임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다.

 

 # 겨울 개울가에서 오목눈이를 만나다

 

개울물이 꽁꽁 얼었다.

내려가는 길에 오목눈이를 만났다.

윈도우 폴더 이름으로 정겨운 오목눈이가 저녀석이야. 눈이 오목하지?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얼음을 깨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자연을 지배하고 싶은 욕망?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은 욕망일까?

얼음판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었다.

속에서 물이 흐르는 얼음판에 사람이 빠지면

하류 쪽으로 사정없이 빨려 내려가고

그것은 아빠가 목숨을 걸어도 구해줄 수가 없다고...

 

# 꽁꽁 얼어붙은 흥정계곡, 윈디와 함께

 

산책을 조금 멀리 갔다.

흥정천, 허브나라로 유명한 맑은 계곡이다.

아들들은 또 얼음을 깬다.

 

평상시에 잘 안되던 물수제비가

얼음판 위에서는 저절로 된다. 끝까지..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오래전에 영화 쪽에서 일할 때 알던

촬영 감독님이 전화를 하셨다.

얼음판이 두껍냐고 물어보시며

여자가 얼음판 위에 걸어가다가 빠져 죽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네 여자가 빠져 죽기 딱 좋은 곳이네요

 

# 이글루 

 

오늘은 일이 있어서 외출하고 돌아오니

현관 앞에 이글루가 나를 맞이한다.

아이들도 종일 방에서 핸드폰만 들여다보기는 지겨웠나 보다.

 

# 비행청소년

 

집 앞에 2천 평쯤 되는 밭(남의 밭)이 있다.

스티로폼으로 된 비행기를 들고 나갔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타고 잘 날아다닌다.

아들은 중이병 나는 갱년기,

스트레스를 모두 담아 비행기가 훨훨 난다 하늘 높이

 

# 다른길

 

매일 같은 일을 하는 것,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어른들도 지겹다.

매일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지겨울까

내 학창 시절에는 사랑했던 친구가 있어 즐거웠지만, 우리 아들들은 이성에

일도 관심이 없다.

예쁜 며느리 빨리 봤으면..

 

다른 길을 찾아 걷는다.

하긴 걷는 게 목적이 아니다.

뭐 재미있는 거 없나?’하고 돌아치는게 목적이다.

뚱딴지 (돼지감자) 줄기는 어른 키보다 훨씬 길게 자란다.

자신의 키보다 긴 막대를 들고 휘둘러보는 아들, 자신의 한계를 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듯하다.

 

#놀이의 시작은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한 도전에서 시작하는가?

 

문득 Rolling Stones의 As Tears Go By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내 재산으로는 모든 것을 살 수가 없다는 걸 알았어.

어린이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싶어.

그러나 들리는 것은 땅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뿐.

 

2월 22일 코로나 19가 심각해지고,

개학도 연기되었다.!

# 아들들아, 이제부터 무얼 할지 계획 한 번 짜보거라.

 

코로나로 인해 개학이 일주일 연기 되었다.

환장하겠다.

마침 3월 말까지는 쉬니까 아이들을 챙겨줄 수 있지만, 한숨이 걸어진다.

작년에 마치기로 한 책 쓰는 작업을 아이들 개학 후에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일정에 차질이 생겨버렸다.

보름 정도 남은 겨울방학 무엇을 하고 지낼까 하며 아이들과 계획을 짜본다.

 

#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들놈들..

 

10시에 기상 핸드폰게임

12시 점심

1시 산책

15시 게임

17시 저녁 식사

20시부터 핸드폰 게임 외에 다른 일...

 

 # 다육식물

 

2년쯤 기르던 열대어가 한 달 전 쯤 인사도 없이 하직하셨다,

우리 집은 뭘 기르면 자꾸 죽던데

다행히 아들들은 아직 잘 살아주고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다육식물,

평창문화원에서 분양받아온 다육식물을 화분에 옮겨심었다.

놓을 자리를 찾아가 알게 되었는데,

우리 집은 북향이라 해가 드는 곳이 없다.

다육식물은 해를 받아야 잘 사는데..

인터넷으로 식물용 조명을 주문했다.

아들들은 내일부터 햇볕을 더 쐬어주기로.,

 

# 파프리카 피클

 

나는 종종 인터넷으로 못난이 과일또는 못난이로 검색을 하여

필요한 채소와 과일들을 주문한다.

선물하기에 볼품이 없거나 상품으로 가치가 떨어지지만

먹는 데는 거의 문제가 없는 과일과 채소들은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못난이 파프리카 한 박스를 2만 원대에 사서 주변에 조금 나누고

나머지를 잘 먹고 있는데 조금 더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질 것 같아서 아이들과 피클을 만들기로 했다.

 

 “아빠는 국물을 만들 테니 너희들은 파프리카를 썰 거라, 불은 안 끈다. ”

 

 

비트를 몇 조각 넣어서 붉게 물들어 가는 파프리카를 보며 시상이 떠오른다.

빈 병 속은 온통 파프리카밭이어서

물들기 시작한 파프리카가 비트를 뿌린 듯이

흐믓한 핏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이경윤의 파프리카 익어갈 무렵중에서..

 

#초상화 너희 엄마

 

아들들이 그림을 그렸다.

제목을 붙여줬다. ‘너희 엄마

애들 엄마도 완전 실망한 표정

니들 오늘 밥 없다.

근데 침애 옆에 붙여놓는다.

나를 지켜주려고?

무섭다....

 

#윈디, 개난리

 

아들: 아빠 윈디 집에 데리고 들어와도 돼요?

아빠:(아효. 이 녀석이..@@ 환장하겠네) ? 그래... 잘 씻겨서...

똥오줌은 네가 치워야 한다..

....

....

....

아들: 으으으 ~~~ 아빠! 얘 내보낼래요.

너무 부산스러워요. 으아악.

잠시 따스함을 느낀 윈디는 다시 밖으로...

너는 밖이 더 행복해 보인단다.~~

# 중력과 씨름하기 돌 세우기

 

4년에 한 번 오는 229

여자가 얼음판 위에 혼자 걸어가다가

빠져 죽기 좋은 그림이 나오는 흥정천 하류에 다시 갔다.

돌을 세우는 게 사람들은 그렇게 어려운가 보다.

아주 오래전에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영국 사람인가?

돌을 세우는 사람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가끔 돌이 많은 곳에 가면 돌을 세우곤 했다.

사람들이 세워놓은 돌을 보며 신기해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돌을 세우고 멀리 저 지켜보는 것을 즐기곤 했다.

 

주로 여자친구와 같이 다니는 남자친구들이 돌에 손을 대는데,

이거 붙인 거야~’ 라고 만지다가 쓰러뜨리곤 했다.

우와 정말 신기하다라며 같이 감탄해주는 남자가

더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 시간이 되면 봉평 섶다리 옆에 수백 개쯤 돌을 거꾸로 세워놓고 싶다.

 

# 목장 당나귀

 

또 다른 길

효석 문화제 때 돌아다녔던 같은 당나귀를 마주했다.

왜 슬퍼 보이지?

 

# 트리 클라이밍

 

놀이의 시작은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이라고 했던가?

1년 전 이맘때 트라이클라이밍 자격을 취득했다.

창고에 묵혀둔 로프를 꺼냈다.

트리 클라이밍은 로프에서 못 내려오는 사람을 따라 올라가서

내 몸에 달고 내려올 수 있어야 자격을 준다.

힘들게 수련해서 잘 써먹지는 못하지만,

아이들 즐겁게 해 줄 수 있어서 좋네.

 

3월 3일 코로나19로 방학이 또 연기되었다..!

 

#닌텐도 스위치 3d 펜

 

2주 더 연장된 개학으로 아이들은 더 신이 났다.

닌텐도 스위치를 사달라고 종일 노래를 부르던 아들

비싸기도 하고 사주는 순간 후회할 것 같았다.

게임을 많이 하면 공부 안 해서 속 터지고,

게임을 안 하면 사준 게 아까워서 속 터지고

빌려다 줬다. 닌텐도 스위치

할 수 없이 게임팩은 사줬다. 11만 원어치..

게임도 하고 3d 펜도 하고..

 

# 냉이

 

봄이 오나 보다.

냉이를 캤다.

 

아들 점퍼는 성할 날이 없다. 아무 데나 누워서... 

 

# 앵겔지수 급상승 스테이크

 

남자 셋이 종일 먹어대니 우리 집 엥겔지수가 급상승한다.

생활비 대비 식품비...

아침을 먹는데 아빠 점심은 뭐 먹어요?

저녁은요?

스테이크 먹고 싶어요. 쿠우쿠우요

그래 아들들아, 이런 시간이 언제 또 오겠니?

 

# 청옥산 육백 마지기

 

끝없는 방학 생활

청옥산 육백 마지기는 하얀 눈과 빙판길로

쉽게 사람들이 찾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듯하다.

아래는 봄인데 산 위에는 한겨울이다.

아이들은 춥다고 차에서 내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기까지 따라 나서주는 아들들이 한편으로 고맙다.

 

3월 16일 방학이 4월 6일로 연기되다.!

 

# 긴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평창에도 봄이 오기 시작했다.

 

도랑에 물이 흐르고, 버들강아지 피어나고 개구리 깨어난다.

봄이 오는 길을 따라 산책을 한다.

 

물이 없던 수로에는 물이 흐르고,

아이들은 수로에 댐을 만드느라 즐겁다.

짱 봐주던 아빠는 멀쩡한 수로 막았다고 동네에서 쫓겨날 것 같다.

 

 

긴긴 방학 생활, 슬기롭게 보내고 싶은데,

언제 끝이 날지 알 수 없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이렇게 긴 시간 아이들과 함께 있어 줄 수 있는

시간도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코로나도 빨리 물러가고, 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소중한 추억으로 하나하나

잘 만들어 가고 싶다.

 

 

  : 이경윤

 · 이안 숲학교 대표

 · 숲해설가협회 숲해설가

 · 이안심리상담연구소 대표

· 심리상담학 석사

· 한국삼육고등학교 졸업

· 강원도 평창 거주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