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 권혜진 시인] - 일상을 그리는 도화지9- '참을 인(忍)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

뉴스/문학의창

by 숲 123 2020. 3. 8. 22:58

본문

300x250
반응형

오래전 지금은 직장인으로 멋지게 사는 큰아이의 초등학교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학교에서는 강사를 초빙하여 학부모나 주민들에게 강의를 들려주곤 하였는데 나도 학부모의 자격으로 참가하여 그날 강사로 초빙되어 오신 어느 스님에게서 들었던 말씀은 큰 교훈으로 지금까지도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곤 한다. 그 이야기는 대충 이러했다.

한 마을에 정의롭고 학식이 풍부하지만, 성미가 불같이 급한 사내가 살았다. 그 사람이 사는 아랫마을에는 도사 한 분이 살았는데 어느 날 사내는 도사를 찾아가서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이야기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도사는 그를 찬찬히 흩어보다 당신은 크게 될 인물인데 관재수가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그러자 사내는 도사에게 바싹 다가앉으며 그것이 무슨 말이냐고 따지듯 물었지만, 도사는 입을 다물고 더는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성미가 불과도 같은 사내가 칼을 치켜들면서 사실대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면 단칼에 베이어버리겠다고 벽력과도 같이 고함을 질렀다. 바로 그때 도사가 말씀하시길,

"바로 그것이오, 당신의 그 참을성 없이, 불같은 성격이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내는 들었던 칼을 내리고 무릎을 꿇으면서 어떻게 방법이 없겠느냐고 자신도 그 성격을 알면서도 어찌하지 못함을 호소하였다. 그러자 도사는 붓과 종이를 꺼내어 인(忍)자를 수도 없이 많이 써주면서 집으로 돌아가 눈 닫는 곳에는 모두 붙여놓으라고 일러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도사가 준 종이로 온 집안을 도배하고 덮고 자는 이불이며 문지방과 방바닥에까지 붙여놓았다.

그 일이 있고 난 얼마 후에 사내는 길 떠날 일이 있어 출타하였다.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집에 들어와 보니 자신의 침소에 아내가 상투를 틀어 올린 사내와 부둥켜안고 자는 것이 아닌가.

순간 이성을 잃어버린 사내는 두 년, 놈을 단칼에 베이어버리고 말리라는 생각에 단숨에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분노로 가득 찬 사내의 눈에 문지방에 붙여놓은 글자가 보일 리가 만무하다. 그는 차고 있던 칼을 빼 높이 들었다. 순간 천정에 붙여 놓았던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사내는 그대로 잠자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칼을 내리꽂으려고 팔을 내리는 찰라. 이번엔 이불에 붙여놓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사내는 잠시 글자를 바라보며 멈칫하고 있는데 그 순간 잠들었던 그의 아내가 눈을 뜨고 남편의 그 광경을 보며 소스라쳐 놀라 이불을 걷어 젖혔다. 그때서야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머리에 상투를 튼 사내의 처제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일어났다. 이것을 바라본 사내는 온몸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야기인즉 사내가 출장을 떠나고 부인의 여동생이 언니 집에 잠시 다니러 왔다가 머리를 감고 긴 머리채를 상투처럼 둘둘 말아 올리고 춥다고 잠시 이불 속에 누워 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 길로 사내는 도사를 찾아가 큰절을 올리고 돌아와 글공부에 전념하여 후세에 만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훌륭한 인재가 되었다고 한다. 요즘 우리는 인내하는 것에 너무 인색하다.

너그러움이라거나 여유로움이라는 단어조차 희귀성을 띠리만치, 급격하고 숨 막히게 달라져 가는 현실 탓일까. 어쩌면 그 현실이라는 위치의 흐름도 우리들로 인하여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사람이 살면서 진정으로 자신을 위하는 길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하여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만한 강의였다.

생각 없이 던지는 한 마디에 어떤 사람은 치명적인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참는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말은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가 있다.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착하고 올바른 사람이 살기 좋아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해의 폭도 넓어져야 하지만 참아야 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 권혜진

 · 문예사조 신인상

 · 8회 강원문학 작가상

 · 시집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  평창문화원 사무국장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