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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혜진 시인] - 일상을 그리는 도화지5 - '규율’

문학의향기

by 편집부1 2020. 2. 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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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을 일컬어 대본 없는 연극 또는, 연습 없는 드라마라 말한다.

오래전 방영되었던 '애인'이라는 주제의 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가슴에 증후군을 남기고 종결된 애인...

심지어 대도시에서는 애인 셋 이상 두지 못한 사람은 '미시'측에 들지도 못한다는 얘기를 모 보좌관으로부터 농담 삼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드라마의 열풍은 대단했었는가 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은 작은 소망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이미 유월의 붉은 장미처럼 뜨거운 열정에 자신을 불태우고 평생 상흔 하나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은 이미 한 생명체로 빚어지는 순간부터 막연한 그리움과 외로움, 그리고 기다림의 결정체를 지니고 태어나는지도 모른다.

그 기다림에는 반드시 대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늘 가슴 한구석에 잠재되어있다가 영화나 드라마 혹은 음악을 통하여서도 일어서려고 꿈틀거린다거나 이성에 눌려 잠자고 있던 감정에 기복이 생기는 시기에 대상을 찾아 빠른 부활을 꿈꾸는지도 모를 일이다.

며칠 전 비 내리던 날 차 한 잔 마시자는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나이들이야 나보다 몇 살씩은 웃도는 여인들이지만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있다는 공통점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친구이다. 주로 자식 기르는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 가끔은 속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나눌 수 있는 이들은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착실한 주부에 또, 개인 사업가들이다.

오로지 가정과 가족밖에 모르던 여인들인데 그날은 내리는 빗줄기 때문일까 갑자기 드라마 이야기를 꺼낸다.

요즘 제2의 애인이라 할 만큼 각광을 받고있는 '위기의 남자'라는 주제의 드라마 이야기를 한 번도 청취하지 못한 나를 위하여 '주연은 누구이며 전개는 어떻고 줄거리는 어떠하다.'라고 상세히 들려준다.

전에는 그런 드라마나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 내용들이 이해할 수 없었는데 요즘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그 전개에 푹 빠져버리는 날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느 날 사랑이 찾아온다면 그런 감정 자신도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으며 웃는다.

그 미소가 그날따라 왜 그리도 외로워 보이던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원제:The Bridges of adison County)가 베스트 셀러가 되고 영화로 제작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던 때가 있었다. 비록 나흘간의 가슴 찢어지는 사랑에서 끝맺음하였지만 가슴속에 오직 일생에 한 번뿐인 사랑으로 평생 서로를 간직하고 살아간 두 사람...

그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되었고 난 어느 밤 비디오를 보면서 새벽까지 울었다.

글쌔? 누군가가 왜 울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했노라고 대답하겠다.

그냥 이다. 그냥...
그냥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남편의 품에 안겨 엉엉 소리 내 울었던 기억밖에는...

일상에서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온 사랑. 가슴 에이는 사랑 앞에서 선택의 귀로에 선 여인 결국 자신만의 사랑을 가슴에 묻고 가정을 선택한 또 다른 사랑 주인공의 연기가 너무도 가슴 저려서 더욱 많이 울었다.

 


                            살아가면서 어느 날 불시에 사랑은 찾아오기도 한다.

그 시기가 언제인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정상적이든 비정상적인 관계이든

사랑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감정이다.
하지만 가슴속에 묻어야 할 사랑과 온몸으로 지켜야 할
사랑은 반드시 구분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규율'이다.

그것이 지켜질 때 개개인의 삶과 나아가서는 사회의 흐름이
순조로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에 우리는 매 순간 느껴지는 감정에만 충실할 수 없는 것이다.

규율을 지켜가기 위하여 우리는,
눈물을 흘리고,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2002년 어느 비 내리는 날

 

  : 권혜진

 · 문예사조 신인상

 · 8회 강원문학 작가상

 · 시집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  평창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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