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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혜진 시인] - 일상을 그리는 도화지4 - '어머님 마음’

문학의향기

by 편집부1 2020. 2. 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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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어느 주말에 우리 부부는 아흔을 바라보는 노모님을 모시고 정선 화암동굴을 다녀왔다. 화암약수에 들러 약수 한 바가지 떠서 시원하게 마시고 사진도 몇 컷 찍고...

3월을 맞이하여 막 싹을 틔워낸 나뭇잎들이 정겹고 오염되지 않은 계곡의 물소리가 새소리와 어우러져 청량스레 대기 벽을 긋는 오후, 3월의 봄은 참 좋아하시는 노모의 미소 속에도 꽃을 피웠다.

혹시라도 어머님께서 힘들지나 않으실까 염려되어 화암동굴은 그냥 입구만 둘러보고 돌아서자고 말씀드렸더니 “내가 이제 또 올 수 있겠느냐.” 시며 이왕 왔으니 동굴까지 구경을 하고 가자 하신다.

당시에는 모노레일이 완공되지 않은 상태라 우리는 굽이 또 한 굽이 터벅터벅 걸어서 동굴 입구까지 오를 수밖에 없었다. 힘이 드시면 업히라며 등을 내어대는 아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은 우리보다도 더 씩씩하게 길을 오르신다.

Z 자로 세 번 구부러진 길을 오르며 절반쯤에 올라 잠시 앉아 쉬곤하였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길을 오르는 내내 어느 여가수의 노래가 흘렀는데 물론 노랫소리도 좋고 아름다웠지만, 시원한 바람 소리, 새소리, 시냇물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잔잔하게 들려주었더라면 경치와의 어울림이 제격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흘리듯 가져보면서...

이제 한 구간만 더 오르면 정상(동굴 입구)이다
정상을 바라보며 우리는 마지막으로 의자에 걸터앉았다.
위에서 바라보는 동굴 앞산의 경치는 과연 화암팔경이란 단어에 손색이 없을 만큼 근사하여 감탄이 저절로 흘렀다.

바로 저기가 동굴 입구라 말씀드리자 어머님은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라고 말씀하시며 조용히 숨을 고르신다.

산을 오르듯 서두르지 말고 쉬엄쉬엄 서로 어우러지며 지켜주고, 감싸주고, 또 기다려 주면서 오르다 힘이 들면 앉아서 쉬고, 또 쉬었으면 다시 오르고

마치 우리가 오늘 여기까지 오르듯, 인생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요즘 우리 대부분은 여유로움이라는 단어조차 망각하고 살아간다. 물론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쫓아야 한다지만 어디 사회의 주인공이 먼 나라의 우주인이었던가.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우리들의 사회 흐름 속에서 우리들은 허덕이고 있다.

 

*올해로 시어머님 하늘나라로 돌아가신 지 십 년 하고도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생전에 어머님께서 주셨던 사랑이 얼마나 크고 소중했는지 당신 가시고 새록새록 느낀다.*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 글 : 권혜진

 · 문예사조 신인상

 · 제8회 강원문학 작가상

 · 시집『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 現 평창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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