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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가 들려주는 자작나무 이야기와 대관령 눈꽃축제

뉴스/평창뉴스

by (Editor1) 2019. 1. 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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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가 되고자 마음을 먹고, 처음으로 들었던 숲해설은 서울대공원 임정현 숲해설가 선생님의 자작나무에 대한 이야기였다.

 

함께 숲 공부를 하시던 숲해설가 선생님 열 분 정도와 함께 서울대공원을 찾아 교육생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처음으로 숲을 이해하고자 찾아온 일반인이 되어 숲해설을 들었던 것이다. 그때 우리는 숲에 대한 공부보다는 정말 숲을 알고 싶고 사랑하는 일반인 이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숲해설가 임정현 선생님>

 

성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숲해설은 참 오랜만이라고 하시며 설레임이 느껴지시는 목소리로 숲해설을 시작하셨다. 숲해설의 주제는 공원의 한켠에서 자라고 있는 자작나무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작나무의 생태부터 역사, 문학 등에 얽힌 이야기와 백석의 시 자작나무낭송을 지긋한 선생님의 목소리로 듣고 있으려니, 선생님께서 숲에서 보내신 긴 세월이 나무와 함께 전해오는 듯 했다.

 

언젠가는 꼭 한번 숲해설가 공부를 해야지라고 다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날 선생님의 숲해설은 갓 숲해설 공부를 시작한 내게 많은 화두가 되었다.

 

 

나무 한 그루로 누군가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여전히 겨울이 되면 그때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던 자작나무 이야기가 희미하게 생각이 난다. 그리고 그날 느꼈던 따뜻한 감동과 백석의 시는 겨울이면 늘 생각이 난다.

 

자작나무(白樺) / 백석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선생님께서는 백석의 시를 읽고 있으면 북녘의 산골 사람들은 자작나무가 삶의 일부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든다고 하셨다. 집을 짓는 나무도 자작나무, 장작도 자작나무, 여우가 사는 산도 자작나무, 사람들의 삶의 일부가 자작나무 였을까?

 

지극히 소박하고 단순한 말씨로 그린 이 시가 온통 자작나무뿐인 북녘의 한 산골 집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자작나무란 이름은 기름성분이 많은 장작 껍질이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나는 데서 따왔다고 한다. 수피의 유성분이 혹한을 견뎌내는 비결인 셈이며, 그만큼 불이 쉽게 붙어 국수 삶는 장작으로도 제격이겠다. 그리고 희고 윤기 나는 생김새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쓰임새도 많다.

 

 

성장속도가 빠른 고급 펄프원료인데다, 근래엔 가구나 마루판의 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자작나무가 죽으면서 자라는 버섯이 암 치료에 특효라는 차가버섯이다. 순도 높은 보드카는 자작나무 숯으로 걸러야 제 맛이 난다고 하며, 고로쇠처럼 달짝지근한 수액은 무병장수제로 통해 고가에 거래되고 있고, 자일리톨의 원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시인 권순진>

 

                <해인사 팔만대장경 장경각>

 

역사적으로는 팔만대장경의 재질도 자작나무로 만들었고,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 역시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었다. 여러 문학작품에서는 하얀 여인네의 모습 같은 자연속 신비한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추운 강원도가 좋아 한번 와보시고는 살기로 결심하시고 그렇게 강원도에서 몇해를 사셨던 법정스님께서도 자작나무를 많이 사랑하셨다고 한다.

 

 

<자작나무에 대하여 – 법정스님>

 

이 산중에 있는 겨울 나무 중에서 정답기로는 자작나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알몸으로 자신을 죄다 드러내고 있는 그 모습이 믿음직한 친구를 대하는 것 같다. 내가 이 산중에 들어온 이듬해 봄 손수 심은 50여 그루의 자작나무들은 이제 정정한 수목의 반열에 들어서 있다. 자작나무를 가까이서 대하고 있으면 내 귀에는 문득 바로크 음악이 은은히 울려오는 것 같다. 그래서 자작나무 곁을 떠나기가 아쉽다. 한 친구의 글에서 자극을 받아, 지난 가을부터 그동안 잊고 지내던 옛 가락들에 다시 귀를 기울인다. 파비오 비온디의 연주로 비발디의 협주곡들에 기대고 있노라면 내 감성에 슨 녹이 벗겨져 나가고 속뜰이 한결 투명해진다.

 

 

전에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아를 즐겨 들었는데, 요즘에는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자주 듣는다. 잠들기 전 등잔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듣고 있으면 그 가락이 지닌 뒤뜰까지도 울린다. 글렌 굴드의 피아노 연주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안드레 시프의 연주로 들으면 감흥이 더욱 새롭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젊은 피에르 앙타이의 하프시코드로 같은 곡에 귀를 모으고 있으면 3백 년 전 예스런 분위기에 젖을 수 있다. 이래서 산중의 겨울밤은 적막하지 않고 넉넉하고 그윽하다. 겨울 자작나무는 이렇듯 우리 가슴에 물기를 돌게 하고 추위를 밀어낸다. 자작나무는 시베리아의 나무로 상징되기도 한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끝없는 설원에 펼쳐진 자작나무 숲을 우리는 기억한다. 몇 해 전 소로우의 월든에 들렀다가 그 다음날 북쪽으로 차를 달려 뉴 햄프셔주의 와잇 마운틴에 이르렀다. 거기 온 산에 아름드리 자작나무 숲을 보고 나그네는 크게 놀라고 설레었다. ‘와잇 마운틴이란 하얀 산이란 뜻인데 산 정상에 사철 눈이 쌓여 있어 그런 이름이 생겼겠지만 온 산이 허연 자작나무 숲으로 덮여 있어 원주민들이 그렇게 부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앞에 마주서면 사람이 순수해지는 겨울 자작나무 이야기로 새해 인사를 전한다.

 

 

자작나무는 생육환경이 잘 맞아 강원도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다. 강원도의 국도를 운전해 다니다 보면 하얀 수피의 아름다운 나무가 산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을 자주 만난다.

 

눈꽃축제가 열리는 평창군 대관령과 태백시는 자작나무가 가로수이기도 하다. 자작나무가 숲으로 조성되어 있는 곳도 있다. 인제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도 있고 평창에도 봉평면의 자작나무숲속 야생화마을이 있다.

 

 

특별히 자작나무를 보기 위하여 찾으러 다니지 않더라도, 강원도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나 강원도 국도를 운전해서 가다보면 곳곳에서 아름다운 자태의 자작나무 군락지를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대관령 눈꽃축제장>

 

눈꽃축제가 열리는 대관령 눈꽃축제장에 가면 자작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자작나무길도 조성해 놓아 자작나무가 대관령 지역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풍경을 느낄 수 가 있다. 강원도는 지금 다양한 겨울축제가 한창이다.

 

<대관령 눈꽃축제장>

 

강원도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국도 곳곳에서는 자작나무 군락이 곳곳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내뿜으며 사람들을 반겨주고 있다. 여행은 늘 목적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속에 있다는 것을 이 겨울 자작나무가 길 곳곳에서 알려주는 듯 하다.

 

 

: 김동미

 

이메일 : forestto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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