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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연재] 민들레홀씨, 바람을 타고

칼럼

by 편집부1 2018. 12. 3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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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광장 2019년 1,2월호 수록> 

                          

                                          민들레 홀씨, 바람을 타고

 

개성공단이 내려다보이는 북한의 송악산 정상 커다란 바위아래에 엄마 산양 묘향이가 산다.

 

새하얀 민들레꽃이 지천으로 피어나 사방으로 홀씨가 흩날리는 따뜻한 오월,

 

묘향이는 새끼 산양, 송악이를 낳는다.

 

송악이는 어미 묘향이의 젖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젖을 땔 때가 되자, 아기 산양 송악이는 바위틈 주변의 이끼와 나뭇잎들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나 유월 가뭄에  바위 근처의 이끼들이 말라가기 시작한다. 나뭇잎들도 말랐고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졌다. 엄마, 배가 고파요. 저도 배부르게 먹이를 먹고 싶어요

 

묘향이는 지금까지 태어나서 살고 있는 바위틈 주변을 떠나보지 않아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너무 배가 고파하는 송악이를 보고 마음이 아파 아랫마을로 내려가기로 결심을 한다.
아랫마을 개성공단에 가면 뭐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를 따라 산을 내려가는 송악이는 신이 났다. 멀리서 바라본 개성공단 너른 들판에는 아기 산양이 송악이가 좋아하는 하얀 민들레가 지천으로 피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 저기 좀 보세요. 하얀 민들레가 엄청 많아요!


어느새 개성공단에 도착한 묘향이와 송악이는 개성공단 뒤쪽의 숲에서 숨어 있다가 사람들이 모두 일을 하러 공장으로 들어가면 나와서 민들레를 뜯어 먹었다. 어느날 푸른 청바지를 입은 공장노동자들이 쉬는 시간 밖으로 나와 묘향이와 송악이가 나란히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을 발견한다.
와 저기 산양이 있다., 엄마 산양이와 아기 산양이 인가봐
먹을 것이 없어서 이리로 내려왔나..?“ ”하긴 요즘에 비가 안와서 저 윗마을 산에는 풀들도 말라갈거야공장 노동자 들은 그 후로 묘향이와 송악이가 먹을 수 있는 먹이통도 만들어 주고 그곳에서 편안히 지내며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먹을 것을 던져 주곤 했다
 어느날 밤 묘향이는 송악이를 데리고 흰 민들레를 먹고 있는데 누런옷을 입고 어깨에는 총을 맨 사람들이 개성공단으로 무리지어 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덜컥 겁이 난 어미 묘향이는  민들레를 뜯어먹던 송악이에게 소리치며 숲으로 뛰기 시작한다. 송악아 사람들이 오고 있어! 빨리 피해야 해. 어서! 엄마를 따라와!엄마는 있는 힘껏 숲으로 뛰기 시작하였지만 송악이는 불안해하며 엄마를 쫒아가지 못하고 들판 옆 창고에 쌓아둔 상자속으로 몸을 숨긴다.
어미 묘향이는 멀리 숲에서 송악이가 창고로 들어가 상자 속으로 숨는 모습을 불안해하며 바라본다. 어쩌지, 송악아... 저 군인들이 지나가고 나면 어서 나와.. 여기 엄마 있는 곳으로 오렴.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게.


군인들은 송악이가 있는 상자 창고 속으로 들어와 직원들을 향해 외친다.
어서 이 상자들을 저기 저 화물차에 실으라우.상자속에 들어가 몸을 움크리고 있는 송악이는 개성공단 직원들의 손에 의해 화물차의 짐칸에 옮겨진다. 송악이를 태운 화물차는 송악이를 태우고 남쪽으로 출발한다.
엄마.. 저는 어디로 가는거에요.. 엄마,, 엄마..
멀리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는 어미 묘향이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송악이를 태운 화물차는 남쪽땅 파주의 한 의류공장 창고에 도착한다상자들을 옮기던 한 직원이 송악이가 숨어있는 상자를 열고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송악이의 모습을 발견한다. 사장님 아무래도 북쪽에서 상자 속에 들어갔다가 따라온 모양이에요이곳 파주 땅에서 의류공장을 하고 있는 사장님의 부모님도 실향민이었다. 늘 북쪽을 그리워하시던 부모님 생각이 난 사장님은 멀리 북쪽에서 내려온 새끼 산양이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저런 가여워라. 아직 새끼 산양이니 보호가 필요할 것 같네. 우리집 염소우리에서 보살피다가 숲으로 보내주자고.
이렇게 해서 산양이는 공장 주인이 키우는 염소우리의 염소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 공장장의 염소우리에는 엄마염소, 아빠염소와 세 마리의 아기염소가 함께 살고 있었다. 첫째 아기 염소와 둘째 아기염소는 숫컷으로 힘도 쎄고 성질도 괴팍했다. 특히 제일 힘이 약하고 가녀린  막내 아기 염소인 암컷 남산이는 오빠들에게 늘 구박을 받기 일쑤였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주인은 막내 아기 염소 남산이를 홀로 우리밖 너른 들판에서 풀어 키우고 있었다. 여기 남산이하고 같이 풀 뜯어 먹고 클 수 있게 해주자고남산이가 홀로 풀밭을 돌아다니다가 송악이를 보고 반가워 말을 붙인다.


안녕, , 넌 어디에서 왔니?,, 나는 북한의 송악산에서 왔어.
넌 어쩌다 여기까지 왔니?
응 먹이를 찾아 먹다가 군인들이 무서워 상자 속에 숨었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
저런,, 그렇구나. 너는 엄마, 아빠가 안계시니?
아니 우리 엄마는 북쪽에 있어. 군인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빨리 몸을 숨기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
저런, 너 정말 안됬다.
그런데 넌 왜 여기서 혼자 지내는거야? 저기 다른 염소들하고 왜 함께 안있고?
, 나는 사실 몸이 많이 허약하게 태어났거든. 보다시피 저기 있는 커다란 덩치의 염소는 나의 오빠들인데, 나를 매일 괴롭혀서 우리 주인아저씨가 나를 이곳에서 보해해주고 계시는 중이였어.
아 그랬구나.

송악이와 남산이는 서로의 처지가 왠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금방 친구가 되었다.
사장님은 자주 남산이와 송악이를 들여다 보며 잘 지내는지 살펴주었다.
허허 그래도 저 두 마리가 싸우지 않고 잘 지내니 다행이네
사장님이 주는 맛있는 먹이도 함께 먹으며 정답게 지내는 송악이와 남산이는 어느새 단짝 친구처럼 친한 사이가 되었다.
초록물결이 가득한 칠월이 되자, 사장님은 염소가족을 남산이와 송악이가 있는 풀밭에 풀어주었다. 남산이는 오랜만에 만난 엄마, 아빠와 함께 풀을 뜯어먹으며 잔디밭을 뛰어다녔다. 두 마리 오빠들도 그동안 많이 자란 남산이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예뻐해 주며 함께 뛰어다니며 풀을 뜯어 먹었다.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송악이는 북에 있는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가만히 풀이 죽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송악이에게 남산이가 다가왔다.
얘 송악아, 너 왜 그러고 있니? 우리 같이 뛰어놀자, 풀 뜯어먹으러가자
아니야, 난 그냥 여기에 있을래
왜 무슨 속상한 일이라도 있는거야?
송악이의 두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엄마가 보고싶어
엄마?
, 북에 있는 우리 엄마
그러면 엄마 찾으러 가자 송악아!
엄마를 찾는다고?

 송악이와 남산이는 저녘 무렵 주인아저씨가 주는 맛있는 먹이를 먹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남산아 이제 어디로 갈거야?
이 기차 길을 따라 가다보면 송악이 네 엄마를 만날 수 있을거야. 어서 가자.
철도길 따라 피어있는 하얀 민들레길을 따라 송악이와 남산이는 걷고 또 걸었다. 왠지 이 길을 따라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송악이와 남산이는 기차길이 끝나는 곳에서 산으로 향하는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송악이와 남산이가 북으로 가는 길인줄 알고 기차길을 따라와 산길을 걷고 도착한 곳은 남쪽의 북한산 자락이었다.

송악이와 남산이는 많이 지쳐있었다. 아 배가 고파, 뭐 먹을게 없을까?
송악이는 개성공단처럼 이곳에서도 먹을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민가로 내려갈 생각을 했다. 남산아 우리 저기 아래 민가로 가자. 가서 먹을 것 좀 찾아보자.
더 이상 배고픔을 견딜 수 없었던 송악이와 남산이는 민가로 내려가기로 결심을 했다. 얼마쯤 갔을까? 여러 마리의 개들이 큰소리로 왈왈 거리며 짖기 시작했다.


너희들 지금 어디가는거야?
여긴 우리 구역이라구!
사람들이 키우다 버린 개들이 주인을 잃고 민가 근처 나지막한 산에서 무리를 지어서 살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왔어.. 먹을 것 좀 없을까?
흥 웃기지마라. 여기는 너희들 구역이 아니니 어서 다시 가지 못해!
싫어. 우리도 배가 고파. 우리도 저기 아래 민가로 내려가고 싶다고
송악이와 남산이는 버려진 개들과 한판 붙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에서 주인을 잃고 버려진 개 수마리가 더 많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덜컥 겁이난 송악이와 남산이는 놀라서 산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 . 정말 큰일 날 뻔 했어..
길가에는 이곳이 북한산이라는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다.
남산아, 이곳은 송악산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봐..
그래 맞아, 이곳은 남한의 서울땅이야. 어쩌지..
엄마...
그런데 남산아, 나 지금 배가 너무 고파.. 이대로 가다가는 지쳐 쓰러질 것 같아..
우리 우선 먹을 것을 찾으러 가자.!
동트기 전 깜깜한 새볔녁 남산이와 송악이는 북한산 바위틈 아래 도착했다.

 

그곳에서 서울 시내를 바라다보는 송악이는 와 저것 좀 봐 서울에는 해가 땅에서도 뜨나봐 너무 너무 환하다” “아니야 저건 해가 아니라 불빛이야. 서울의 불빛. 참 밝지?” “
해는 아침이 밝아오면 저기 동쪽하늘에서 떠오를거야
송악이는 온통 불빛으로 반짝이는 서울 시내가 신기하기만 했다. 그렇게 바위틈에서 송악이와 남산이는 지친 몸으로 잠이 들었다. 얼마쯤 잠이 들었을까, 사냥개에게 쫒기어 바위틈으로 달려오는 맷돼지 떼를 발견한 송악이와 남산이는 몸을 숨킬새도 없이 맷돼지떼와 마주하게 되었다. 잠시후 사냥개들이 맷돼지를 따라잡으러 왔고, 사냥개와 맷돼지가 싸우기 사작한 틈을 이용하여 송악이와 남산이는 몸을 재빨리 피해 북한산 아래로 도망을 쳤다.
휴 다행이다. 하마터먼 큰일날 뻔 했어.
그래 맞아
안돼겠어. 송악아,!!우리 다시 산으로 가자. 더 큰 산으로
거기가 어디야?
대관령
? 대관령이라고?
응 맞아 거기가면 우리가 좋아하는 키큰 커다란 전나무 소나무들이 아주 많고, 맛있는 것도 많이 있대.
남산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송악이도 결심한 듯 대답했다.
그래 좋아.! 겨울이 오기 전에 가는거야!
어느새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송악이와 남산이는 가을산을 넘고 또 넘으며 강원도로 향했다. 긴 고생 끝에 강원도에 도착하자 어느새 계절은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이 훌쩍 지나있었다.


깜깜한 밤 대관령에 도착한 송악이와 남산이는 너무 춥고 배가고파서 더 이상 걸어갈 힘이 없었다. 그때 마침 산기슭 아래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불빛을 발견했다.
남산아, 저기좀 봐 불빛이 보여, 우리 저기로 가보자.
안돼. 위험해. 사람들이 우리를 발견하기라도 하면 어떡해.
남산아, 그래도 나는 지금 너무 배도 고프고 힘들어 더 이상은 못가겠어
남산이는 송악이가 너무 지쳐보였다. 송악이와 함께 불빛이 비추어지는 민가로 갔다.
집을 지키는 개가 왈왈 거리며 짖기 시작했다.
송악아, 안돼겠어. 저 개가 짖으면 주인이 나올 거란 말이야
그때 방문을 열며 집주인 할머니께서 나오셨다.
누렁아, 누가 왔니? 왜 이렇게 짖어
그때 할머니의 눈 속에는 다 죽어가는 산양이와 염소가 눈에 들어왔다.
저런, 가엽기도해라. 먹을 것 이라도 줘야 겠어.
할머니는 먹다 남긴 잔밥을 빈 그릇에 담아 송악이와 남산이가 와서 먹을 수 있도록 마당 한켠에 두고 닭을  키우던 빈 우리의 문을 열어놓았다.
송악아 저것봐. 할머니께서 우리 먹으라고 밥을 담아주셨어.
맞아
송악이는 개성공단에서 어른들이 나눠주던 밥을 엄마와 함께 먹던 일이 생각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배부르게 밥을 먹은 송악이와 남산이는 할머니가 열어두신 닭장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송악이와 남산이는 할머니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추운 겨울을 보냈다. 누렁이와도 친구가 되어 눈이 오면 눈밭을 뛰어다니며 전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대관령 숲을 뛰어다니면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할머니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겨울이 지나가고, 어느덧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남산아, 우리이제 다시 가자
그래 가자. 가보자. 다시
할머니, 이제 우리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에요.
그날따라 송악이와 남산이는 밥을 주러 나오신 할머니에게 한참을 안겨있었다. 아이고 이녀석들이 오늘 왜 이럴까..할머니는 그날따라 더욱 안기는 송악이와 남산이를 더욱 힘껏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송악이와 남산이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였다.
긴 밤이 지나고 아침해가 밝아왔다.
송악이와 남산이는 다시 산을 걷고 걸어 북으로 향했다.
그렇게 몇 개월을 산을 넘고 계곡을 넘어 걷고 걸은 끝에 송악이와 남산이는 북으로 가는 철도가 끊긴 기차 길에 도착했다. 북으로 가는 마지막 기차역, 그곳에도 어느새 봄이 와 있었다.

 

기차길옆에는 북에서 보던 새하얀 민들레가 지천으로 피어있었고, 하이얀 민들레 홀씨는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 흩날려가고 있었다. 송악이의 두 눈에는 개성공단 앞 너른 들판에서 뜯어먹던 새하얀 민들레 들판이 눈에 아른거렸다. 끊어진 기차길 앞에서 푸른옷을 입고 어깨에는 총을 맨 사람들이 길을 막고 서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송악이가 말했다.
남산아, 나 엄마가 보고 싶어. 이길을 따라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텐데..


멀리 북으로 날아가는 하이얀 민들레 홀씨를 바라보는 송악이의 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송악아, 걱정하지마,, 민들레 홀씨가 저 문을 넘어 훨훨 날아 북으로 가듯이, 언젠가 저 문도 다시 열릴거야.


송악이와 남산이는 서로를 꼬옥 껴안고 가만히 잠이 들었다.

 


          : 김동미

          이메일 : forestto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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